김재호, “잊혀진 기억 딛고 이름 알리겠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2.01 14: 58

“기회를 참 어이없이 날려버렸습니다”.
지난 2년 간 웃음기가 많이 사라진 모습이었다. 한 때 팀의 주전 유격수로도 선발 출장했던 그였으나 자신감도 잃고 트레이드설까지 휘말리며 심한 마음 고생을 했다. 게다가 그동안 숨겼던 부상까지 겹치며 더욱 우울했던 2년. 김재호(27. 두산 베어스)가 우울했던 2년을 뒤로 하고 재도약을 노린다.
2004년 중앙고를 졸업하고 두산에 1차 지명(계약금 2억원)으로 입단했던 김재호는 상무 제대 직후인 2008시즌 전반기 주전 유격수로도 출장하며 112경기 2할4푼9리 1홈런 21타점 12도루로 활약했다. 무게중심이 완전히 뒤로 쏠린 상황에서도 1루로 향하는 송구를 보여주는 등 쉽지 않은 수비를 펼치며 앞으로의 가능성을 더욱 높였던 김재호였다.

그러나 2009년부터 김재호는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2009년 제 자리인 유격수보다 고영민이 부상으로 결장이 잦았던 2루수로 자주 교체 출장했던 김재호는 2010년 2할2푼4리, 지난해 1할8푼3리로 타율이 급전직하했다. 지방 구단과의 트레이드설도 두 차례 물밑에서 오르내렸던 바 있다.
특히 지난 시즌은 김재호에게 아쉬운 순간이다. 주전 유격수 손시헌의 늑골 골절상으로 기회가 오는 듯 했으나 부쩍 자신감이 하락하며 팬들의 실망감을 자아내고 말았다. 1일(한국시간) 전지훈련지인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만난 김재호는 지난해를 떠올리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힘든 한 해였어요. 제가 부족했던 탓이지요. 노력을 했다가 중간에 저도 모르게 포기를 해버린 시즌이었습니다. 굉장히 아쉬워요. 어렵게 왔던 기회도 어이없이 날려버리고”.
사실 김재호는 부상을 숨기다 결국 악화된 몸 상태로 타격 부진에 휩싸였던 바 있다. 고교 시절부터 왼 손목 부위에 통증을 느끼던 김재호는 이 통증이 손목 연골로 이어져 악화되며 제 타격을 하지 못했다. 부상이 드러나는 것보다 출장 기회를 뺏기고 2군으로 내려가는 것이 더 두려웠던 김재호의 지난 2년이었다.
“타격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그동안 타율이 계속 하락해서 제가 이 과정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프지 않은 상태로 타격하고 싶습니다. 사실 왼 손목 연골 부위가 안 좋아서 땅을 왼손으로 딛어도 아팠고 타격 순간에도 아팠어요”.
한때 웃는 모습으로 ‘김ㅋㅋ’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던 김재호였으나 표정이 많이 어두워진 것도 사실이다. 기회를 날려버리고 다시 경쟁해야 한다는 자체가 아쉬워 좀처럼 심각한 표정을 풀지 못하던 김재호는 다시 팬들 앞에 자신의 존재가치를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최주환, 허경민 등 좋은 내야수들이 군 제대로 합류했어요. 일단 자리 싸움에서 이겨야지요. 2008년 이후 계속 팬들에게 잊혀졌으니 이제 다시 한 번 사람들에게 제 이름을 알리고 싶습니다. 팬들 앞에서 ‘잘 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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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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