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는 올 시즌 이대호의 공백을 기동력으로 보완해야 한다. 코칭스태프도 입을 모아 '주루와 작전야구를 통해 득점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연스럽게 외야수 김주찬(31)의 올 시즌 팀 내 역할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롯데를 대표하는 준족인 김주찬의 발 끝에서부터 뛰는 야구가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롯데의 득점 공식이 '전준우 출루, 김주찬 진루타, 손아섭-이대호-홍성흔 해결'이었다면 올 시즌은 '김주찬 출루-도루, 2번 타자 진루타, 중심 타선 해결'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김주찬의 1번 타자 복귀를 뜻하는 것이다.
롯데 양승호(53) 감독은 이미 여러 차례 전준우를 중심타선에 배치할 계획임을 밝힌 바 있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김주찬은 톱타자 자리를 2년만에 되찾게 된다. 양 감독은 "일단 4월 개막 전까지 여러 시험을 통해 1번 타자를 결정할 문제"라고 신중한 모습이지만 "그래도 (김)주찬이가 1번에서 역할을 해 주면 반가운 일"이라고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2008년까지 2번 타자로 더 많이 나서 타선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던 김주찬은 2009년과 2010년 롯데의 톱타자 자리를 꿰찼다. 특히 2010년에는 출전했던 118경기 가운데 112경기를 선발 1번 타자로 나서 타율 2할7푼6리 9홈런 40타점 89득점 65도루를 기록, 롯데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심지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렇지만 지난 시즌 초반 김주찬은 SK 투수 짐 매그레인의 투구에 오른 손목 골절상을 입어 2개월 동안 출전하지 못했다. 김주찬이 비운 롯데의 톱타자 자리는 신예 전준우가 채워 훌륭하게 소화했다. 6월이 끝날 때쯤 복귀한 김주찬은 86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2번 타자 자리에서 타율 3할1푼2리 6홈런 40타점 58득점으로 제 몫은 했다.
본인 스스로 "돌이켜 보면 모든 게 아쉽다. 다친 것, 플레이오프 모두 아쉽다"고 표현했지만 그 가운데서도 김주찬은 지난해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전반기 대부분을 날렸음에도 불구하고 김주찬은 시즌 마지막 출장이었던 10월 5일 사직 한화전에서 100안타를 채움으로써 6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라는 기록을 이어갔다. 또한 SK와의 플레이오프 5경기선 모두 1번 타자로 나서 타율 4할7푼6리(21타수 10안타) 1홈런 2타점 3득점으로 톱타자 자리를 예약했다. 여기에 조원우 코치의 조련 덕에 수비실력이 일취월장한 것은 덤.
김주찬은 지난해 말 OSEN과의 인터뷰를 통해 "뛸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뛸 것이다. 그게 내 역할 아닌가"라며 "(이)대호가 빠진 게 마이너스기도 하지만 다른 루트로 경기를 풀어갈 수 있다. 타자들은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대호 없는 롯데'의 득점 다양화를 위해 본인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내비친 것이다.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소화한다면 김주찬은 2010년 이대형에 한 개차로 뒤지며 놓친 도루 타이틀에 다시 도전하기에 충분하다.
김주찬은 올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요건을 채운다. 우타 외야수 품귀현상 속에 정확한 타격과 주루능력을 갖춘 김주찬의 몸값은 상종가를 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올 시즌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연말 김주찬의 가치평가 결과는 달라진다. 팀과 본인 모두에게 2012년은 중요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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