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경주 인턴기자] 역시 스티븐 스필버그였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 '라이언 일병 구하기' 등 영화를 통해 보편적인 인류애에 대한 뛰어난 감성을 보여줬던 그가 다시 한 번 진가를 발휘했다.
1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첫 선을 보인 영화 '워 호스'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치열한 전쟁 속에 피어나는 인간 본연의 휴머니티를 그리며 벅차오르는 감동을 선사함과 동시에 관객들의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워 호스'는 영국의 유명 작가 마이클 모퍼고의 원작 '워 호스'를 토대로 한 영화로 소년 알버트와 그의 애마 조이의 뜨거운 우정을 다룬 작품. 아버지가 사온 조이를 만난 순간부터 운명임을 감지한 알버트는 조이에게 각별한 애정을 보이며 피를 나눈 형제처럼 모든 시간을 함께한다.
그러던 어느 날, 1차 세계 대전이 벌어지고 조이는 기마대의 군마로 차출돼 알버트의 곁을 떠나게 되지만 혼돈으로 가득한 전장의 한 복판에서도 조이는 알버트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알버트 역시 조이를 찾기 위해 입대를 감행하며 서로를 찾기 위한 모험에 뛰어든다.
'워 호스'의 주인공은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알버트보다는 그의 애마 조이다. 영화는 자신의 주인인 알버트를 만나기 위해 끝까지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는 조이의 이야기를 다루며 말에게 더 많은 포커스를 두고 있다.
하지만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말의 이야기가 아닌 말을 둘러싼 사람의 이야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보편적 인류애를 영화 속에 잘 녹여내며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뭉클한 감동을 느끼게 한다.
동생을 살리기 위한 뜨거운 형제애, 할아버지와 손녀의 사랑 그리고 자신을 희생하면서 생명을 살리려는 군인들까지. 조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러한 인간의 휴머니티는 알버트와 조이의 만남이라는 중심 에피소드에 더해져 극의 감동을 배가하고 있다.
특히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조이를 놓고 잠시 아군, 적군을 떠나 그들의 인간적인 면을 보여주는 '노 맨즈 랜드' 장면은 영화 속 명장면에 꼽힐 정도로 인상적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원작과는 다르게 조이의 심리 상태를 관객들이 파악할 수 없다는 것. 원작에서는 '글'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조이가 자신이 처하는 상황마다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독자들이 알 수 있기 때문에 조이의 행동에 쉽게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내레이션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영화에서 조이의 심리 상태를 관객들이 알아차리기란 어려운 법. 그래서 조이의 행동에 궁금증을 품을 때도 더러 발생한다.
물론 조이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만 같은 큰 눈으로 내면 연기를 선보일 때도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조금은 답답함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전쟁을 초월한 알버트와 조이의 뜨거운 우정은 상영 내내 관객을 몰입시키기에 충분하다 할 수 있다.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촬영상, 미술상 등 총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며 화제를 불러 일으킨 '워 호스'는 오는 9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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