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저러다 말겠지".
한화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애리조나 투산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 김태균(30)의 한마디에 이여상(28)의 배트는 더욱 세차게 돌아간다. 이번 캠프에서 룸메이트로 한 방을 쓰는 김태균과 이여상이 환상의 콤비네이션으로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김태균의 잔소리가 이여상의 승부근성을 자극하는 식이다.
2년간의 일본프로야구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팀 한화로 컴백한 김태균은 "여상이와는 한화에 있을 때부터 아주 친하게 지냈다. 마음이 통하는 후배이기 때문에 이번 캠프에서 내가 먼저 한 방을 쓰자고 했다"고 말했다. 이여상도 원래는 후배 이학준과 룸메이트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김태균 부탁에 흔쾌히 방을 바꿨다.

김태균과 이여상은 같은 내야수로 타격과 수비 훈련에서 끊임없이 붙어다닌다. 고된 훈련에 지칠 법도 하지만, 서로를 향한 농담과 웃음으로 극복한다. 방에서 쉴 때에는 서로 아내와 전화통화로 '닭살 전쟁'을 벌이기도 한다. 김태균은 "도저히 옆에서 못 들어주겠다"고 면박을 주면 이여상도 "형도 만만치 않다"는 식이다.
하지만 김태균의 농담은 그냥 농담이 아니다. 말 한마디에 뼈있는 잔소리에 가깝다. 이여상은 캠프초반부터 누구보다 뜨거운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그가 잠깐이라도 긴장의 끈을 풀까봐 김태균이 옆에서 이런저런 잔소리를 아끼지 않는다. 방에 들어와서도 김태균은 이여상의 손목 운동 여부를 계속 감시한다.
이여상은 "태균이형은 사람이 참 좋다. 예전부터 늘 편하게 느껴졌던 선배"라며 "1년차지만 선배이기 때문에 한 방을 쓸 때마다 항상 긴장을 놓지 않는다. 태균이형은 직접 경험하고 보고 배운 것들을 나에게 이야기 해준다. 그런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의욕이 치솟게 된다"고 김태균 효과를 설명했다.
김태균이 가장 강조하는 건 꾸준하게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준비자세다. 한번도 야간 훈련을 거르지 않은 김태균은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오랫동안 잘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이여상도 "태균이형과 함께 해 즐겁고 재미있다. 그만큼 배우는 것도 많다"고 고마워했다. 김태균은 "오히려 내가 좋다"며 웃는다.
유머와 웃음 속에서도 진지함과 준비자세를 잊지 않는 김태균과 이여상. 이만하면 환상의 룸메이트라 할 만하다. 올해 유력한 주전 3루수 후보로 주목받고 있는 이여상이 1루수 김태균에게 송구하는 장면이 많으면 많을수록 한화도 더욱 강해질 것이다.
waw@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