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의 첫 번째 성공 요건은 문화적 적응 여부다. 제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졌어도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보따리를 싸야 한다. 메이저리그에서 꽤나 이름을 날리던 거물급 선수 가운데 국내 무대에서 초라한 성적을 남긴 뒤 조기 퇴출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만큼 외국인 선수의 통역 담당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가히 절대적이다.
'빅보이' 이대호(30, 오릭스)의 통역을 담당하는 정창용 씨는 6년간 이승엽(36, 삼성)과 호흡을 맞췄다. 정 씨는 단순한 통역 담당자가 아닌 가족 같은 존재였다. 이승엽은 "창용이는 평생 함께 하고 싶은 든든한 후배"라며 "언젠가는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추고 싶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부산고와 동국대의 좌완 투수로 활약했던 정 씨는 이대호의 통역 업무 뿐만 아니라 일본 야구에 대한 조언까지 쉴 틈이 없다. 일본 무대에 첫 발을 내딛는 이대호에게는 천군만마와 다름 없다.
오릭스의 전훈 캠프가 차려진 1일 일본 오키나와 미야코지마 시민구장에서 만난 정 씨는 "(이)승엽이형은 일본 야구에 완전히 적응한 상태에서 만났고 (이)대호는 이제 처음이니까 준비할게 많다"며 "잘 알다시피 영리하고 성격이 좋아 금세 적응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전형적인 부산 사나이 스타일이기에 일본 무대에서 성공하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이대호는 오릭스와 계약을 체결한 뒤 피나는 노력 끝에 15kg 감량에 성공했다. 일본 무대에서 성공하기 위한 그의 투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 정 씨는 "대호가 '프로 선수라면 전훈 캠프가 열리기 전에 최상의 컨디션으로 조절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어떻게 하든 선수들과 같은 스케줄을 소화할 것'이라고 했다"면서 "예년보다 체중을 줄이고 발목 상태가 100% 완쾌돼 현재 컨디션은 최상"이라고 엄지를 세웠다.
전훈 캠프를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이대호와 함께 2010, 2011년 타격 동영상을 지켜봤던 정 씨는 "2010년에는 잡아 놓고 치는게 완벽한 느낌이었는데 작년에는 발목이 좋지 않아 밸런스가 무너진 듯 했다. 담장을 넘겨야 할 타구가 잡히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 씨는 "어느 만큼 잘 참느냐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투수와의 싸움 뿐만 아니라 야구 외적인 부분에서도 잘 참아야 한다"고 인내심을 요구했다.
"이대호와 처음 만났을때 '형, 우리 한 번 제대로 날아 보자. 훨훨 날게 할 자신있다'고 하더라. 아무리 대호의 성격이 좋더라도 그렇게 말한다는게 결코 쉽지 않다"고 이대호의 두둑한 배짱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정 씨는 부산 출신 삼총사의 비상을 기대했다. "(백)차승이가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고 대호가 팀승리에 보탬이 되는 한 방을 터트린다면 정말 흐뭇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정 씨는 "타국에서 활약하는 선수라면 야구를 잘 하고 현지 생활이 편하더라도 외로움이 찾아오게 돼 있다. 대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힘이 될 수 있게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고 약속했다. '날아올라 저 하늘 멋진 달이 될래요. 깊은 밤 하늘에 빛이 되어 춤을 출꺼야'. 그가 타석에 들어설때마다 사직구장에 울려 퍼지는 등장 음악처럼 일본 무대에서 훨훨 날아 오를 수 있을까. '키다리 아저씨' 같은 정 씨가 곁에 있기에 결코 어렵지 않을 듯 하다.
what@osen.co.kr
미야코지마=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