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젊은 선수들의 본보기되길" 오릭스 관계자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2.02.02 10: 50

오릭스 버팔로스의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를 담당하는 나카무라 준 편성부 과장은 이대호(30, 오릭스 내야수)만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오릭스의 거포 갈증을 단숨에 해소시킬 적임자이기에 더욱 그렇다. 1일 일본 오키나와 미야코지마 시민구장에서 만난 나카무라 과장은 "감독님께서 작년까지 '우승'이라는 단어를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우승'이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실 정도"라고 전했다.
오카다 감독의 자신감 원천은 이대호라고 볼 수 있다. 나카무라 과장은 "코칭스태프 내부에서 이대호의 타격시 손동작이 부드럽다고 호평하고 있다. 그리고 젊은 선수들의 좋은 본보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이대호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밝힌 것도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강타자의 상징인 등번호 10번을 달고 국내 무대를 평정했던 이대호는 오릭스에서 10번 또는 52번을 사용하길 원했다. 이대호는 "할머니의 존함(오분이)에서 오(5)와 이(2)를 합친 52번을 달고 싶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헤어진 이대호는 할머니 슬하에서 자랐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손자를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이대호의 할머니는 부산 수영 팔도시장에서 된장장사를 하면서 이대호를 키웠다. 언제나 '우리 야구선수, 우리 야구선수'라고 손자를 끔찍하게 아꼈다. 하지만 할머니는 손자의 성공을 지켜보지 못한채 세상을 떠났다. 이대호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영정 앞에 앉아 최고의 야구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대호는 10번과 52번 대신 25번을 달고 그라운드를 누빌 각오. 기존에 25번을 사용했던 사토 다쓰야는 이대호에게 등번호를 양보하고 15번으로 바꿨다. 나카무라 과장은 "이대호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에 감명받았다"고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옆에서 지켜보면 아주 영리하다. 그리고 인터뷰 또는 일상 대화에서도 재치가 있다". 나카무라 과장의 이대호 칭찬은 끊이지 않았다. 이승엽과 이대호가 오릭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다면 어땠을까. 나카무라 과장은 "이승엽이 구단을 떠나기 전에 '이대호를 잘 부탁한다'고 이야기했었다"며 "둘이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텐데"라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재일 동포가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오사카를 연고지로 사용하는 오릭스는 지난해 코리안 데이를 지정하는 등 한류 마케팅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나카무라 과장은 "이번에는 코리안 데이가 아닌 이대호를 비롯해 백차승(오릭스 투수)과 통역을 담당하는 정창용까지 부산 출신이니까 부산데이로 해야 하지 않겠냐"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현재 오릭스 내부에서는 이대호에게 모든 관심이 집중돼 있다. 그만큼 기대치 또한 높다. 한국산 거포 이대호의 화끈한 대포쇼를 보여주는 일만 남았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이대호의 무한 질주에 걸림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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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코지마=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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