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금물. 눈에 보이는게 전부는 아니다. '빅보이' 이대호(30, 오릭스) 또한 마찬가지. 다소 둔해 보이는 체구와 달리 유연성은 단연 돋보인다. 야구 전문가들은 "이대호의 유연성은 최고 수준이다. 육중한 체구에도 정확성과 장타력을 겸비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대호는 일본 무대 진출을 앞두고 체중 감량과 체계적인 훈련을 소화하며 유연성을 더욱 향상시켰다. 개인 통산 3차례 타격 1위(2006, 2010, 2011년) 수상을 비롯해 2년 연속 3할5푼 이상의 고타율을 기록했다. 그만큼 유연성이 뛰어나다는 의미다.
"던질 곳이 없다"는 상대 투수들의 푸념처럼 이대호는 약점을 찾기 힘들다. 큰 체구에도 불구하고 유연성과 하체 활용 능력이 탁월해 구종과 코스를 가리지 않고 안타로 연결시킨다. 타고난 힘 또한 뛰어나 그의 방망이에 걸리면 모두 담장을 넘어간다.

오카다 아키노부 오릭스 버팔로스 감독은 "이대호가 일본 투수들의 변화구와 유인구에 고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연성이 워낙 좋기 때문에 잘 대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이대호의 일본 무대 정복을 확신했다. 1일 일본 오키나와 미야코지마 시민구장에서 열린 전훈 캠프에서도 오카다 감독의 평가는 변함없었다.
그는 "오늘 처음 봤는데 체격이 크지만 타격 자세가 아주 부드럽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이대호와 T-오카다가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서로에게 자극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고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대호의 4번 중용 또한 유효했다. 오카다 감독은 "지금 시점에서는 올 시즌 4번 타자는 이대호"라고 못박았다.
재일동포 3세 출신 야구인 가네무라 요시아키(한국명 김의명) 역시 이대호의 유연성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982년 긴테스 버팔로스에 입단한 뒤 주니치 드래건스, 세이부 라이온스에서 뛰었고 현역 은퇴 후 야구 해설가로 활동 중인 그는 "수비가 상당히 좋다. 일본 무대에서 뛰었던 한국 출신 선수들과 비교해도 아주 좋다"며 "저 덩치에도 저만큼 부드럽다면 무조건 성공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2010년 3루수 부문 골든 글러브를 차지했던 이대호는 타고난 유연성을 필승 카드삼아 일본 무대 평정에 나설 각오다. 날렵한 이대호의 몸놀림을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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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코지마=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