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FA이탈 손해만은 아니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02.03 07: 25

LG가 어느 해보다 추운 스토브리그를 보냈다. 지금까지 FA시장에서 큰 손 노릇을 해왔던 LG는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단 한 명의 FA 영입 없이 FA 자격을 얻은 조인성(37), 이택근(32), 송신영(35)을 모두 다른 팀에 빼앗겼다.
14년을 LG에서만 뛴 베테랑 포수 조인성은 SK 유니폼을 입었고 2년 전 야심차게 트레이드로 영입한 강타자 이택근은 넥센으로 돌아갔다. 지난 시즌 불펜강화를 목적으로 투타 유망주를 내주고 받은 송신영도 한화와 FA계약을 체결했다. 떠나간 이들 모두 팀 성적을 좌우하는 핵심 선수라는 점에서 올 시즌 LG가 입을 타격은 클 수 있다. 특히 조인성의 자리를 대체할 선수가 현저히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들의 나이를 감안하고, 앞으로의 LG가 당장의 성적보다는 미래를 맡길 선수들의 성장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점을 생각하면, FA이탈로 인한 피해는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LG는 최근 9년 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그동안 고비용의 선수들을 써왔지만 팀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이익을 남기지 못했다.

2010시즌 조인성은 포수 최초 100타점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그러나 만37세의 포수라는 점을 돌아보면 풀타임 출장 문제와 더불어 하락세를 피할 수 없는 시기다. 이택근은 전성기를 맞이할 시기에 LG 유니폼을 입었지만 오히려 부상에 시달리며 단 한 시즌도 100경기 이상을 소화하지 못했다. 심지어 지난 시즌 이택근은 2004시즌 이후 처음으로 2할대 타율을 기록했다. 송신영도 통산 900이닝을 넘게 던진 12년차 불펜투수라는 점을 생각하면 앞으로의 모습이 지금까지의 모습보다 못할 확률이 높다. 
조인성의 대체자는 어차피 언젠가는 찾아야만 할 일이었다. 실제로 LG는 지난 몇 년간 드래프트에서 꾸준히 포수를 지명해왔다. 2008년 드래프트에서 김태군을 뽑은 것을 시작으로 2009년 이태원, 2010년 유강남을 선택했다. 급기야 2012년 드래프트 1라운드에선 대졸포수 조윤준을 지명, 포수 가용자원을 넓혔고 무려 5명의 포수를 이번 전지훈련에 데려갔다. 아직 이들 중 누구도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고, 한 팀의 주전 포수를 육성하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LG가 조인성 이후를 대비하고 있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LG는 2010시즌을 앞두고 1루와 외야를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이택근을 영입, 국가대표급 외야수 5인방을 구축했지만 효과는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이택근은 지난 2년 동안 꾸준함과는 거리가 멀었고 현대와 히어로즈 시절의 생산성을 보여주지 못한 채 멀티플레이어가 아닌 오히려 포지션이 모호한 선수가 됐다. 이택근이 빠졌지만 여전히 LG의 외야에는 이병규(9번)·이대형·이진영이 있고 올 시즌 1루는 이병규(24번)과 최동수, 지명타자로는 박용택이 나설 예정이기 때문에 이택근의 공백은 크게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송신영이 자리했던 불펜진 역시 외야진처럼 대체자원이 있으면서도 포수진보다 어린 선수들의 성장세가 높다. 올해로 4년차를 맞이하는 한희가 지난 시즌 미래를 기대할만한 활약을 했고 2007시즌 30세이브를 올린 우규민이 군생활을 마치고 복귀했다. 우규민 외에도 사이드암으로 김선규, 신정락이 있고 선발 두 자리를 놓고 경쟁할 임찬규, 김성현, 김광삼, 유원상은 언제든 불펜에 자리할 수 있는 상황이다.
리빌딩이 마냥 성적을 포기하고 어린 선수로만 라인업을 메우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일단 FA영입이 전무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상대적인 기대치가 낮고 그만큼 성적에 대한 부담도 덜하다. 선발 로테이션은 주키치·리즈·박현준이 안정적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이고 타선 역시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 마냥 경기를 내주는 것이 아닌 치열한 승부 속에서 어린 선수들이 자기 자리를 찾아갈 환경이 조성됐다. 리빌딩의 적기를 맞이한 만큼 2012시즌은  2, 3년 후의 미래를 바라보게 하는 시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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