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감독이 선수단을 잘 규합한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신중한 자세로 ‘한 지붕팀’의 전력을 결코 무시하지 않았다. 감독으로서 첫 시즌을 맞게 된 김진욱 두산 베어스 감독이 같은 초보 감독 입장인 김기태 감독의 LG 트윈스에 대해 충분한 변수가 있는 팀임을 강조했다.
두산은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시 스포츠 콤플렉스서 1차 전지훈련을 치르고 있다. 첫 3주 가량은 몸 만들기 및 페이스 올리기에 집중한 뒤 4주차서부터 함께 애리조나에 캠프를 차린 KIA, 넥센, NC 등과 연습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페이스가 약간 늦다고 조기귀국시키는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다치지 않고 선수들이 훈련 정규 과정을 마쳤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김진욱 감독은 부상 없는 전지훈련 마감을 꿈꿨다.

함께 잠실구장을 안방으로 삼는 두산과 LG는 지난 시즌 후 각각 김경문 현 NC 감독과 박종훈 전 감독을 대신해 김진욱, 김기태 초보 감독들을 승격시켰다. 김진욱 감독은 1,2군 투수코치로 재직하면서 선수들에게 ‘작은 아버지’의 이미지를 보여줬고 쌍방울-삼성-SK를 거치며 현역 시절 최고 좌타자 중 한 명으로 명성을 떨친 김기태 감독은 강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한 리더십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감독으로서 첫 시즌을 맞는 두 지도자. 그것도 서울 라이벌팀의 대결인 만큼 올 시즌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킬 거리도 충분하다. 그러나 비시즌 행보는 약간 달랐다. 두산이 팀 내 프리에이전트(FA)인 김동주, 임재철, 정재훈을 모두 잔류시킨 반면 LG는 4명의 FA 중 좌완 이상열과 재계약했을 뿐 조인성(SK), 송신영(한화), 이택근(넥센)을 줄줄이 떠나보냈다. 지난해 5위 두산이 전력 이탈을 최대한 막은 반면 공동 6위 LG는 오히려 객관적 전력이 떨어져버린 것과 다름없다.
이 가운데 김진욱 감독은 새 판짜기에 나선 LG의 행보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김진욱 감독은 2군에서 재직하면서 LG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을 직간접적으로 접해왔다. 야구계에 대한 소문은 오히려 1군보다 2군 쪽에서 더욱 신빙성 있는 이야기가 흘러드는 것이 많다.
“이야기를 듣기로는 그동안 LG에서 코칭스태프와 프런트, 그리고 선수단 내부에서도 분파되거나 의견이 충돌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알고 있다. 전력이 빠져나간 것도 있지만 만약 소문이 사실이라면 LG가 그동안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한 데는 내부적으로도 충돌이 많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풍문에서 근거한 이야기였으나 팀 케미스트리가 구단 성적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생각하면 김진욱 감독의 이야기는 충분히 일리가 있었다.
이 가운데 김진욱 감독은 LG가 김기태 감독 선임과 함께 새 판 짜기에 돌입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1년 반 가량의 LG 2군 감독 생활을 통해 팀 내 유망주를 파악하고 있는데다 선수단 장악력을 갖춘 감독의 취임인 만큼 결코 허투루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LG야말로 정말 변수가 많은 팀이다. 변수가 많다는 이야기는 오히려 더 좋아질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뜻이다. 김기태 감독이 선수들을 잘 아우르면서 똘똘 뭉친 팀워크를 이끈다면 세간의 예상과 달리 훨씬 더 좋아질 수도 있다”.
단순히 같은 초보 감독의 입장에서 타 팀 감독에 대한 연민의 정이나 존중 심리에서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상대를 이겨야 살아남을 수 있는 적자생존의 무대에서 결코 방심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객관적으로 약해졌다는 평을 받는 라이벌 팀에 대한 김진욱 감독의 신중한 한 마디는 그의 2012시즌 준비과정이 결코 허술하지 않음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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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감독-김기태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