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박이 3D' 한상호 감독 "'아바타', 충격 그 자체였다" [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2.02.02 08: 14

[OSEN=김경주 인턴기자] EBS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프로그램은 과연 무엇일까. 다큐멘터리로서는 높다고 할 수 있는 2.9%의 시청률 수치를 보인 '한반도의 공룡'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지난 2008년 방영된 '한반도의 공룡'은 타르보사우루스 점박이의 성장과정을 중심으로 백악기 당시 한반도에 살았던 공룡에 대해 다룬 다큐멘터리. 시청자들의 큰 호응에 힘입어 '한반도의 공룡'이라는 책이 출간되는가 하면 '한반도의 공룡 탐험전' 까지 생겨나며 그 인기를 입증한 바 있다.
이처럼 많은 사랑을 받았던 다큐멘터리가 이번엔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반도의 공룡' 연출을 맡았던 한상호 PD가 이번엔 영화 '점박이:한반도의 공룡 3D(이하 '점박이')' 감독으로 변신해 관객들을 찾아온 것.

영화 '부러진 화살', '댄싱퀸',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2:신비의 섬' 등 강력한 영화들이 포진해있는 현 극장가에서 '점박이'는 박스오피스 3위라는 기록을 세우며 모두를 놀라게 하고 있다.
지난 31일 광화문 근처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상호 감독 역시 좋은 흥행 성적에 놀라워하면서도 내심 영화가 흥행에 실패할 이유도 없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국내에선 3D 영화 제작과 관련한 데이터가 전무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데이터가 없고 전례가 없는 영화다보니 사실 흥행 예측을 할 때 좋게 보지는 않았습니다. 또 국산 애니메이션들 중에서 50만 관객이 넘는 영화는 거의 없었잖아요.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이 나왔을 때 다들 기적에 가까운 스코어라고 얘기했을 정도니까요. (우리 영화가) 이렇게 순조로운 시작을 보이고 있으니 지금은 걱정과 우려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흥행이) 안 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웃음)."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책도 출간됐으며 체험전까지 생겨날만큼 많은 사랑을 받았던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 그런데 무엇이 부족해서 이것을 영화로 만들 생각을 한 것일까. 한 감독은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점박이'라는 캐릭터의 가능성을 봤다고 전했다.
"다큐멘터리를 처음 했을땐 그렇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을 지는 몰랐습니다. 당시 방영 시간이 늦은 시간이어서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보기 힘든 시간이었거든요. 그런데 방영 후에 시청자 조사를 해보니 다큐멘터리를 본 주 연령대가 4세에서 7세의 아이들이었습니다. 참 감동적이더라고요. 그리고 공룡 관련 책 코너가 생기기도 하고 해외에 수출도 되는 모습들을 보면서 점박이라는 캐릭터의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점박이도 미키마우스나 쿵푸팬더처럼 전 세계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러한 꿈을 가지고 영화화에 도전을 한 것입니다."
아직까지 국내엔 100%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3D 애니메이션 영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관련 기술이 많이 발전된 것은 사실이지만 해외에 비해 전문가들 그리고 자본력이 뒤쳐지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 그렇다면 한 감독은 왜 굳이 3D로의 제작을 선택한 것일까.
"방송을 하면서도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정신이 새로운 작품을 만들 때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거죠. '한반도의 공룡'을 만들었을때 컴퓨터 그래픽적인 아쉬움이 많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3D라는 것이 영상의 미래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하지만 꿈만 달콤했지 입체에 관한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기술적인 인프라가 전혀 없고 장비도 없었고요. 제작할 당시 입체 때문에 고생을 정말 많이 했습니다(웃음)."
그러한 점에서 영화 '아바타'의 등장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고. '아바타' 등장 이전부터 3D 제작을 준비해왔던 한 감독은 '아바타' 이후 높아진 관객들의 눈높이에 걱정을 많이 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아바타' 이후에 관객분들의 눈높이가 정말 찬란하게 높아졌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정말 충격을 받았어요. 관객들의 눈높이는 저기까지 가 있는데 우리가 저 정도의 입체를 구현해햐하나 생각을 많이 한거죠. 우리는 제작비도 '아바타'보다 훨씬 적은데 말이에요(웃음). 그리고 '아바타' 이후 한창 3D 붐이 일었을때 우리도 그 붐을 타고 개봉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그렇지만 3D가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당초 잡았던 일정보다 길어지게 된 것이죠."
'점박이'는 8천만년 전 공룡 시대를 배경으로 백악기 마지막 제왕 타르보사우르스 점박이가 티라노사우르스 애꾸눈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한 숙명적 대결과 모험을 그린 영화. 다큐멘터리 '한반도의 공룡' 역시 점박이의 성장 과정을 통해 당시의 공룡들을 살펴보고 있다. 그렇다면 두 작품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
 
"아무래도 영화는 극적인 이야기를 첨가해야하기 때문에 허구적인 상상력을 더해 드라마를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주 타겟층을 생각해볼때 점박이 가족의 드라마 스토리가 좋겠다고 구상을 했고요."
한 감독은 다큐멘터리와 이번 영호를 제외하고도 공룡과 관련한 판타지 소설 책을 출간할만틈 공룡에 관심이 많다. 이제는 왠만한 공룡을 보면 그 공룡의 캐릭터가 떠오를 정도라고. 어린아이들이 공룡에 열광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이처럼 다 큰 성인까지 바져들게 하는 공룡의 매력은 무엇일까. 
"우리의 집단 무의식 속에 있는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 앞에 살다가 갑자기 사라져버린 생명체, 거대한 존재. 이러한 것들의 거대한 뼈나 화석 등을 만나면 과연 이게 어떤 존재였을까라는 상상을 하니까 전 세대를 아울러 공룡이 사랑을 받는 것 같아요."
그는 '점박이'가 앞으로 국내 시장에서 컴퓨터 그래픽과 애니메이션이 결합한 영화 출연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소망을 밝혔다. 또한 조금은 유치할수도 있지만 열린 마음을 가지고 극장을 찾아주셨으면 하는 당부도 함께 전했다.
"저는 한국 영화가 국내에만 머무르지 않고 세계 시장을 무대로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점에서 '점박이'가 컴퓨터 그래픽과 애니메이션이 결합된 영화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점박이'를 통해 우리나라도 할 수 있다라는 것을 증명했다면 다음에는 더 큰 규모의 작품들이 나왔으면 합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시면서 관객분들이 불평도 많이 하시고 이야기 수준이 너무 낮다고 이야기하시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저 역시 영화를 만들며 창피했던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하지만 몇 번의 모니터링과 계속된 노력 끝에 영화의 주 타겟층인 어린아이들에게 지금의 이야기 구조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돼 선택한 것입니다. 조금만 열린 마음으로 극장을 찾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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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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