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나영이 '꼭 해보고 싶은 것들'로 독특한 것들을 꼽았다. 자신과 어울리지 않을 것 같다는 편견을 스스로 거부하는 그녀다.
오는 16일 개봉을 앞둔 늑대개 연쇄살인 수사극 '하울링'(제작: 오퍼스픽쳐스, 제공/배급: CJ 엔터테인먼트, 감독: 유하)에서 사건 뒤에 감춰진 진실을 파헤치려는 신참 여형사로 분한 이나영은 섬세한 내면연기와 동시에 정교한 액션연기를 소화해냈다. 지난 1년은 오로지 '하울링'에 매진한 시간이었기에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느낄 지 더욱 궁금하다는 그녀다.
많은 사랑을 받은 원작과 그 캐릭터인만큼, 영화 속 이나영의 모습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흔히 '여형사'하면 떠오르는 판에박힌 중성적 타입은 아니다. 이나영에게는 최초의 형사 캐릭터 도전이기도 하다. "희망적이었던 게 여형사로도 수사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이었고, 여형사가 단지 장치적인 요소로 표현되기 보다는, 감성적인 부분이 살려지고 교감의 형태로 표현이 돼 여배우로서는 굉장히 좋은 기회였어요. 정말 이 영화를 하게 된 것은 기회고 운이란 생각이 들었죠. 거기에 이제 한국영화 여자 캐릭터들도 조금씩 다양화되고 세분화되고 있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궁금해요. 어떻게 봐주실지"라고 말하는 이나영의 표정에는 설레어하는 느낌이 가득했다.

"영화를 보고 '아, 그래 감독님께서 이런 걸 하려고 했었지'란, 시나리오를 처음 받고 느꼈던 것들이 생각났어요. 사건을 통해 인간의 고뇌 같은 것을 다시한 번 느끼게 돼요. 가슴 저미게 전반에 깔아놓은 것들이 있습니다. 나는, 우리는 과연 무엇 때문에 어떻게 살고 있나,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좀 다른 장르영화가 될 수 있겠구나란 생각도 들어요."

뿐만 아니라 드라마 '도망자'에서부터 엿볼 수 있던 액션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맨 몸으로 치고, 박고, 구르는 등 남자들에게도 지지 않는 리얼한 몸싸움은 기본이고 사격, 오토바이 운전까지 지금까지 보여준 적 없었던 색다른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체력에는 자신있다는 그는 "촬영 때 (액션 연기때문에) 많이 맞았다"라며 웃어보이기도.
이나영의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4차원', '신비주의' 같은 단어가 더 이상 이나영을 표현할 수 있는 수식어는 아니다. 끊임없이 대중 곁을 맴돌지만 결코 편안하지만은 않은 매력이 독특한 그녀다. 배우로서 본인의 장점이 무엇이냐고 생각하냐고 묻자 "음.."이라며 끝내 대답을 하지 못한다. "비주류와 주류를 관통하는 느낌이 있다"라고 말하자 "그걸 그러면 써 달라"며 웃어보인다.
"비주류를 지향하는 느낌이 있다. 실제로는 어떤가"라고 묻자 고개를 끄덕인다. "배우들은 안에 다 많은 걸 갖고 있는데 뭘 끄집어내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비주류 근성, 그것의 감성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작품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죠. '아빠는 여자를 좋아해' 역시도 마찬가지였어요."
'꼭 해 보고 싶은 것'으로는 아줌마 퍼머와 몸빼 바지를 꼽았다. "뱀파이어도!"라고 덧붙인다.

"사람 마음이 '이것은 저 사람한테 안 어울릴 것 같은데'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그런 게 있지 않나요. 제겐 액션이 그랬어요. 겉에서 보면 (내가) 움직임도 별로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은데, 실은 액션을 좋아했던 마음이 굉장히 크고 지향해요. 드라마 '도망자'에서 나온 이단 옆차기 장면도 제가 감독님한테 특별히 말해서 집어넣은 장면이에요. 영화 '킬빌'이 나왔을 때부터 나도 저런 액션을 하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죠."
섬세한 감정 연기, 여기에 정확한 계산이 요구되는 액션. 쉽지 않았을 것 같은 연기에 "송강호, 유하 감독에게 많이 배웠겠다"라는 말하자 "너무 배워서 어지럽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배운 것을 앞으로 어떻게 써먹을지 고민이에요. 사실 연기가 엄청 어려웠어요. 영화를 보고 나니 지금 해도 어려울 것 같고, 다시 해도 힘들겠다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송강호 선배와 감독님이 굉장히 많이 만들어주셨어요. 배우로서 어떤 연기를 하는 법을 많이 배웠다고 연기를 잘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이번 작업을 통해 '기본기'를 배운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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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