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DO IT!".
애리조나 투산에서 스프링캠프를 소화하고 있는 '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가 크로스 컨트리 훈련을 통해 미국에 처음 발을 디딘 과거의 추억을 떠올렸다. 박찬호는 자신의 홈페이지 '달려라'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지난달 31일(한국시간) 실시한 5km 크로스컨트리를 뛴 소감을 밝혔다. 이날 한화는 5km 크로스컨트리를 실시했고, 박찬호는 전체 41명의 선수 중 14위를 차지했다.
박찬호는 "5km밖에 되지 않았지만 심장이 터지고 포기하고픈 마음의 갈등을 뛰면서 느껴보는게 미국에서의 첫 해 마이너 생활 이후 처음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당시 괴로움과 외로움을 이기고 싶어 매일같이 집에서 야구장까지 뛰었던 기억이 난다"고 덧붙였다.

1994년 1월 LA 다저스와 계약하며 한국인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박찬호는 2경기 만에 더블A 샌안토니오로 떨어졌었다. 당시 기억을 떠올린 박찬호는 "40도에 육박하는 텍사스의 땡볕과 콘크리트길을 무작정 달리곤 했다. 1시간이 넘도록 달려 야구장에 도착하면 그냥 반기절해 잠들곤 했다. 그렇게 달리면서 힘들고 외로웠던 시간을 이겨내려 했다"고 떠올렸다.
이후 무려 18년 만에 다시 5km 단축 마라톤을 했다. 한화가 한대화 감독 부임 이후 매년 시행하는 연례행사로 평지 트랙이 아닌 자연 지형에서 장거리를 달리기 때문에 엄청난 체력을 필요로 한다. 박찬호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시작과 동시에 놀라면서 한숨만 나왔다. 젊은 선수들의 파워와 혈기에 약간의 두려움이 있었다. 100m도 못가 앞서가는 선수들이 시야에서 사라졌다"고 스타트 순간을 떠올렸다.
외로운 레이스를 시작한 박찬호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 금방 숨이 차오르니 고통스러우면서 혹시 다리나 허리가 아프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며 "포기하려면 얼마 정도를 가서 포기해야 될지 고민스럽기도 했다. 처음부터 부상 우려 핑계로 참가하지 말걸 하며 후회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박찬호는 레이스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한 코스를 돌아보니 몇몇 선수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아파서 멈춰 다리를 만지는 선수도 있었다. 중간쯤 되니 다시 만나게 되더라"며 "순간 복잡한 머릿속 생각들은 새로운 느낌으로 변해 있었다. 뛰자 끝까지 뛰자. 무슨 일이 있어도 멈추지 말자. 스피드를 줄이더라도 끝까지 뛰지는 의지가 머릿속을 가득채웠다"고 회상했다. 결국 박찬호는 최고령의 나이에도 전체 14위로 완주에 성공했다.
박찬호는 "끝까지 완주한 나 자신에 대해 자긍심을 느끼며 자신감을 찾았다. 한계에 도전하고 또 다시 반복해서 닥치는 한계에 맞서 봤다"며 "나보다 앞서가거가 뒤처진 사람들은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내 삶의 기준은 나 자신이며 내 한계에 도전하는 일이 나를 더 강하게 성장시키고 삶은 풍요롭게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돌아봤다.
마지막으로 박찬호는 "여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미래에 대한 용기를 얻었다. 난할 수 있다. JUST DO IT!"이라며 스스로에게 용기와 힘을 불어넣었다. 투수진 체력 강화 차원에서 시작돼 올해로 3회째를 맞은 한화의 크로스컨트리가 박찬호에게도 자신감을 불어넣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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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