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ow That Consistent Steadily"(꾸준함을 명심해야 한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최근까지 한 시즌 100이닝을 돌파한 계투 요원은 누구일까. 그는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 무대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뉴욕 양키스 시절 필승 계투로 활약했던 두산 베어스의 새 외국인 마무리 스콧 프록터(35)가 팀 동료 만이 아닌 연투-혹사 위험이 높은 한국의 계투 요원들에게 전하는 조언을 이야기했다.
프록터는 지난 1월 더스틴 니퍼트(31)와 함께 호흡을 맞출 두산의 새 외국인 투수로 영입되었다. 양키스-LA 다저스-애틀랜타 등을 거치며 묵직한 구위를 자랑하는 계투 요원으로 활약한 프록터는 특히 2006년 83경기(102⅓이닝) 6승 4패 1세이브 26홀드 평균자책점 3.52를 기록하며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 앞을 지키는 셋업맨 노릇을 해냈다.

당시 83경기 등판은 아메리칸리그 전체 투수 1위였으며 메이저리그 계투가 한 시즌 100이닝 이상을 소화한 가장 최근의 케이스는 바로 프록터다. 2007시즌에도 프록터는 83경기 86⅓이닝을 던졌고 결국 그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2009년 3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았다.
“수술 전까지는 솔직히 안 아프고 던진 날이 없었을 정도다. 그러나 지난 시즌에는 힘껏 던져도 ‘아프지 않다’라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베테랑의 나이기는 하지만 그 느낌 속에 선수 생활을 오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연투 혹사로 인해 전성 시절 일부분을 날려버렸던 프록터를 보며 국내 계투 요원 중 연투가 잦은 일부 선수들이 떠올랐다.
사실 필승 계투의 경우 팀에서도 관리하며 출장 기회를 부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야구는 생각대로 되는 운동이 아니다. 팀이 위기에 빠지는 순간 전날 나왔던 계투 요원이 2이닝 그 이상을 소화하는 경우도 더러 볼 수 있고 그 가운데는 팔꿈치와 어깨가 그 여파를 이기지 못해 다음 시즌이나 그 이후를 통째로 날려버리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오히려 하위팀의 필승 계투 요원들 중에서 그런 모습이 더 잦았다. 리드 상황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지는 순간에도 기꺼이 마운드에 올랐기 때문이다.
한 번의 후유증을 겪고 한국 무대에서 재기를 꿈꾸는 프록터에 대해 그와 관련해 물어보았다. ‘달인에게 묻는다’ 라기보다 오히려 그 실패의 길을 걸었던 이에게 물어봤을 때 반드시 유념해야 할 점을 더 잘 알 수 있게 마련이다.
“계투 요원은 팀을 위해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만큼 스스로의 자기 관리가 중요하다. 나 또한 매일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스트레칭, 러닝 등을 하면서도 지나친 할당량을 주기보다 ‘내 몸이 이 정도면 된 것 같다’라고 생각했을 때까지 운동한다. 웨이트 트레이닝과 스트레칭, 러닝은 투수에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니까”.
뒤이어 프록터는 경기 상황을 보면서 당일 만이 아닌 다음 경기와 선발 맞대결 카드 등을 고려하며 미리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지 상정하고 나서는 영리한 계투가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등판이 잦더라도 스스로 각오를 하고 나선다면 ‘마구잡이식’ 등판에서도 몸이 느끼는 후유증은 줄어들 것이라는 프록터의 이야기였다.
“다음 경기는 어떻게 해야 할 지 내가 등판할 수 있을 지 생각해두면서 훈련에 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또한 우리 팀과 상대 팀 선발 카드를 비교하면서 ‘이 경우 내가 어느 시점에 투입될 수도 있다’라는 것을 미리 생각해 두는 것도 좋다. 한 시즌을 크게 봤을 때도 계투 요원이 미리 생각해두면서 체력을 안배하는 모습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날만 잘 던지겠다’라는 것이 아니라 다음, 그 다음 경기에서 어떻게 힘을 쏟고 쉴 때 어떻게 힘을 비축하는 지 선수가 먼저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몸 관리와 생각하는 체력 안배에서 꾸준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프록터의 생각이었다. 아픈 팔꿈치를 이끌고 그날그날 잘 던지기 위해 마당쇠 노릇을 했던 예전의 자신이 떠올랐기 때문인지 누군가 그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하는 프록터의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컸다.
“사실 2009년 중 10달의 기간 동안 두 번의 팔꿈치 수술을 받았다. 적은 나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고통을 참아내고 재활 기간을 견디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다. 그러다 지난해 고전하기는 했어도 처음 ‘아프지 않다’라는 것을 느꼈다. 나 또한 이렇게 스스로 관리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더 오래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farinelli@osen.co.kr
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