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간의 기본적인 틀을 구축하고 싶다. 내가 이 곳으로 트레이드 되었던 그 때처럼”.
야구는 ‘단체 스포츠’다. 겉으로 많은 보강이 이뤄지고 선수 개개인의 운동능력이 발전했다고 무조건 좋은 성적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공동체를 이루는 선수들 간의 팀워크라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두산 베어스의 새로운 주장 임재철(36)이 선후배 간의 예의와 서로 존중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팀을 만들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해 발목 부상으로 인해 36경기 출장(3할2푼1리 2홈런 10타점)에 그쳤던 임재철은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2년 5억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스타 플레이어는 아니었지만 자기관리 능력이 뛰어나고 아직도 국내 최고 수준의 외야 수비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구단이 그의 가치를 인정했다. 계약을 마친 후에는 새 주장으로 추대되어 야구 인생 이래 처음으로 큰 감투를 쓴 임재철이다.

“부주장은 해봤지만 주장은 처음이다. 그동안 도와주는 데 익숙했는데 프로에 와서. 그것도 베테랑이 된 뒤 주장이 되니 큰 영광이다. 골든글러브를 타는 등의 스타 플레이어도 아닌 내가 서울팀의 주장을 맡았다는 것은 거액의 FA 계약보다도 더욱 값지고 영광된 일이다”.
주장이 된 지 1달 남짓 지난 현재 임재철은 되도록 진중한 모습을 보이고자 노력하고 있다. 선수단에 필요한 것이 있을 경우 박진환 구단 매니저를 통해 ‘이것이 필요하다’라며 적극적으로 건의하고 있고 구단 측에서도 선수단의 요구 사항에 최대한 귀를 기울여 애로사항 없는 전지훈련 일정이 되는 데 중점을 두는 중이다.
“처음에는 많이 떨렸고 부담도 되었다. 그러나 구단에 부탁하면 의견을 수용해 다 해결하려 노력해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조금씩 요령은 생기는 것 같다. 앞으로 아쉬움과 후회 없이 선수단을 이끌고 싶다”.
한때 최약체 예상팀에서 허슬 플레이와 ‘화수분 야구’로 우승후보로까지 예상도가 격상되었던 두산. 그러나 지난 시즌 선수단 내홍으로 인해 극심한 침체를 겪었고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까지 이어지며 5위에 그쳤다. 외부에서는 갑작스러운 두산의 침체로 인식하고 있으나 세대교체가 연달아 성공하면서 선수들 사이에 자기도 모르게 스타 의식이 잠재하기도 했다는 일각의 의견도 있었다. 최근 몇 년간 두산 특유의 탄탄했던 팀워크에 조금씩 균열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
“내가 한화에서 이 곳으로 트레이드되어 왔던 시기인 2004~2005년 그 때의 팀워크를 만들고 싶다. 야구는 아무리 멤버가 좋아도 분위기와 팀워크가 갖춰지지 않으면 절대 승리할 수 없다. 야구는 변수가 크지 않은가.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큰 종목이 바로 야구다. 짜임새 있는 팀워크에서 선후배가 즐겁게 야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후배들은 인사 잘 하고 야구 외적으로 사건-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팀이 되었으면 한다. 그에 대한 선수단 내부의 징계 강도도 확실히 높여 다시는 야구 외적인 악재가 없도록 하고자 한다”.
프로 선수들로서 의무와 상호 간의 예의를 앞세운 신임 주장의 이야기다. 주장으로서 1달 넘게 직무를 수행 중인 현재 임재철은 동료들이 자신을 기꺼이 도와준다는 데 고마워했다.
“후배들에게 언제나 애로사항이 있다면 이야기하라고 전했다. 그리고 선수들도 많이 도와주는 덕택에 아직은 굉장히 좋은 것 같다. 이러한 분위기가 꾸준히 이어진다면 올해 좋은 쪽으로 큰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한다. 열성적인 팬들의 응원을 받는다는 것에 대해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그 자체만으로 정말 행복하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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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