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야구하면서 밤 10시에 잠든 건 처음이다".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다. '빅보이' 이대호(30, 오릭스)에게 전훈 캠프 첫 소감을 묻자 이렇게 말했다.
오릭스 캠프는 훈련 강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식사 시간을 제외하면 쉴 틈이 없다. 이대호는 전훈 캠프 이틀 만에 왼쪽 손바닥 살갗이 벗겨졌다. 오릭스 전훈 캠프의 강도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대호는 "지난 4년간 제리 로이스터, 양승호 감독님 밑에서 야구하면서 토스 배팅 50개 이상 소화한 적이 없다"고 푸념을 늘어 놓기도 했다.

그렇다고 자신과의 타협은 없다. 선수단 분위기 적응에는 어려움이 없을 듯 하다. 힘겨운 훈련 속에서도 얼굴에는 미소가 번졌다. 그는 다카하시 신지, 아롬 발디리스, 오비키 게이지 등 동료 선수들과 장난을 치며 빠르게 적응 중이다.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선수들에게는 "센빠이(선배)"라 부르며 예의를 갖추고 고졸 2년차 외야수 고토 슌타 등 젊은 선수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친근감을 표시했다.
이대호에게 "롯데에서 뛰었던 동료 선수 가운데 누가 가장 보고 싶냐"고 묻자 "다 보고 싶지만 그 중에서도 (이)승화와 (정)훈이가 가장 생각난다"고 대답했다. 수영초등학교 때부터 우정을 쌓아온 이승화와 원정경기 룸메이트였던 정훈과는 틈날때마다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안부를 묻기도 한다.
오카다 아키노부 오릭스 감독은 "이대호는 큰 체구에도 불구하고 타격 자세가 아주 부드럽다는 인상을 받았다. 올 시즌 4번 타자는 이대호"라고 못박았다. 이에 이대호는 "첫 타석에 들어서면 4번 타자가 아닌 4번째 타자"라며 "내게 거는 기대가 큰 만큼 팀에서 책임감도 많이 느낀다. 4번 타자로서 승리에 보탬될 수 있는 역할을 맡고 싶다"고 강조했다.
퍼시픽리그 홈런왕 출신 T-오카다와 경쟁보다 상생을 선택했다. 이대호는 "오카다의 타격을 자세히 못 봤지만 파워가 아주 뛰어난 타자"라며 "내가 배워야 할 부분과 가르쳐줄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말했다.
제 아무리 뛰어난 성적을 거두더라도 팀이 패한다면 소용없다는게 이대호의 생각. 그는 "팀이 패한다면 홈런은 의미가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오릭스의 4번 타자로서 우승 도우미가 되겠다는게 이대호의 첫 번째 목표다.
그에게 홈런 목표를 묻자 "홈런 10개를 치더라도 이길 수 있는 경기에서 치는게 중요하다. 만약에 홈런 10개라도 10경기 모두 이기는데 보탬이 된다면 만족한다. 50홈런을 쏘아 올려도 가을 무대에 나서지 못한다면 허무할 것"이라며 "이기는 경기에서 홈런 또는 적시타를 때려 도움이 되고 싶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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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코지마=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