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호 체제' 2년 차를 맞이하는 롯데 자이언츠가 지난해와는 또 달라진 해외 전지훈련으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제리 로이스터 전임감독 시절 롯데는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훈련량이 적었다. 당시 롯데 선수단은 1차 전지훈련지서 오전 11시 30분이면 팀 단체훈련이 모두 끝났다. 이후로는 수영, 웨이트 트레이닝 등 개인 자율훈련에 맡겨둘 정도로 '미국식 스프링캠프'를 고수했다.
2010년 말 양 감독 부임이후 가진 첫 전지훈련에서 롯데는 로이스터 전 감독때와는 확실히 차이가 나는 훈련량을 소화했다. SK는 김성근 전 감독의 지휘아래 엄청난 훈련량을 소화했고 KIA, LG등은 좋지않은 성적으로 휴일도 반납한 채 훈련에 몰두했다. 반면 롯데는 전임 감독 시절보다 훈련량이 크게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구단들과 비교한다면 크게 훈련량이 많은편은 아니었다.

올해는 작년과 또 다르다. 부쩍 높아진 훈련 강도에 선수들은 혀를 내두르고 있다. 지난해 전지훈련이 체제 전환의 과도기였다면 올해는 완전히 '양승호 체제'가 자리를 잡은 느낌이다. 지난해와 비교해 30분 일찍 훈련을 시작해 30분 늦게 훈련이 끝난다. 여기에 더 일찍 나가서 훈련을 받고 종료 후에도 30분을 더 하는 '엑스트라조'가 따로 돌아간다. 빈틈없이 짜여져 있는 훈련 스케줄에 넉다운된 선수단은 5일에 하루 돌아오는 휴식일에도 주로 쇼핑 대신 휴식을 선택할 정도다.

▲ 수비·팀플레이 강화, 이대호 공백 최소화 방책
지난시즌 초반 양 감독은 기존의 화끈한 방망이에 작전을 가미한 야구를 접목시키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다. 하지만 2008년부터 3년 동안 이른바 '빅볼 야구'에 익숙해진 선수단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고, 결국 롯데는 작전 비중을 줄이고 타자에 맡기는 방식으로 회귀했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과는 사정이 다르다. 이대호의 공백을 작전과 주루로 최소화 해야한다. 또한 득점력 감소가 예상되므로 그만큼 점수를 더 지키는데 주력해야 한다. 롯데는 득점 방법의 다양화를 위해 이 분야의 전문가인 권두조 수석코치를 새로 영입했다. 권 코치는 "지난해까지 롯데 타자들은 전임 감독의 영향으로 수비훈련이 좀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해 이번 전지훈련의 강훈련을 예고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짧은 시간동안 집중력있는 훈련으로 장점의 극대화를 꾀했기에 수비 훈련만 따로 길게 할 여유가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수비 팀플레이 훈련도 매일 거르지 않고 실시한다. 내야수가 공을 잡을 때 투수가 1루에 커버를 들어가는 훈련과 수비 시 백업과 세밀한 움직임 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작은 플레이 하나가 실점을 막을 수 있기에 높은 강도에서 훈련이 진행된다. 다만 작전훈련은 사이판 캠프에서는 따로 진행되지 않는다. 2월 8일 가고시마로 건너가 연습경기 와중에 실전에서 여러 상황별 훈련을 진행을 예정이다.
롯데 사이판 캠프에 합류해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부산MBC 최효석 해설위원은 "권두조 수석코치가 상당히 많은 훈련량을 원하고 있다. 선수단은 힘들어 하면서도 긍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면서 "수비훈련의 비중이 커진 느낌"이라고 짚었다. 여기에 박계원 수비코치 역시 "작년과 비교해 수비훈련의 양 자체는 두 배정도 된다"고 강조했다.

▲ 롯데 선수단에 뿌리내린 '자율'
작년 12월 한 달동안 8개 구단은 KBO 규약에 따라 단체훈련을 갖지 않았다. 자칫 선수단의 분위기가 흐트러질 수 있기에 일부 구단은 체력 기준치를 만들어 선수들로 하여금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했다. 그렇지만 롯데는 따로 규정을 두지 않고 선수 자율에 맡겼다. 다만 양 감독은 "몸 관리가 안 되어있으면 전지훈련 명단 제외"라는 말만 남겨 여운을 남겼다.
지난달 8일 롯데 시무식 때 선수들은 최상의 컨디션으로 팀에 합류했다. 당시 권 수석코치는 "따로 규율을 두지 않아도 선수들이 몸을 잘 만들어왔다. 몸에 자율이 배어있다는 증거"라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었다.
올해 사이판 캠프는 그 어느 해보다 훈련 강도가 높지만 선수들은 엑스트라(추가) 훈련을 자청할 정도로 적극적이다. 최 해설위원은 "선수단의 훈련 분위기는 좋아 보인다. 이제 롯데 선수들은 스스로 운동하고 조절하는 데 노하우가 생긴 느낌"이라며 "늘어난 훈련량에 끌려가는 분위기가 아니라 선수 본인의 욕심이 더 생긴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임 로이스터 감독이 뿌린 자율이라는 씨앗에 양 감독의 강도높은 훈련이 더해져 롯데는 충실한 전지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이번 겨울 선수들의 땀방울이 올 시즌에 어떤 모습으로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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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