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불펜취약 고질병 해결할까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2.02.03 07: 11

“LG의 가장 취약한 부분은 불펜진이라고 본다. 7,8,9회가 야구에서 가장 중요하다. 마무리 보강에 신경 쓰겠다”.
지난해 10월 취임식에서 LG 김기태 신임감독은 팀의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불펜진을 꼽았다. 실제로 LG는 지난 시즌 9회 최다 실점인 평균 0.6점을 기록하며 8개 구단 중 가장 뒷문이 불안한 팀이었다. 9회뿐이 아니다. LG는 2011시즌 7회부터 9회까지 186실점을 했는데 이는 삼성의 132실점과 비교하면 50점이 넘게 차이난다.
LG 불펜진의 문제는 지난 시즌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LG는 지난 몇 년간 대부분의 시즌을 마무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2006시즌 외국인투수 매니 아이바를 영입했지만 아이바는 정상 컨디션으로 마운드에 오르지도 못한 채 시즌 중 팀을 떠났다. 2007시즌 우규민이 30세이브를 거두며 마무리로 자리 잡는 듯했지만 2008, 2009시즌 각각 평균자책점 4.91, 5.70을 올리며 부진했다. 2010시즌 LG는 오카모토 신야를 영입, 4년 만에 다시 외국인 선수에게 뒷문을 맡겼으나 오카모토는 시즌 중반부터 흔들렸다.

LG가 9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원인도 불펜진을 비롯한 열악한 마운드에서 찾아볼 수 있다. LG는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 위력적인 구위를 지닌 유망주를 꾸준히 영입했지만 대부분이 완전한 몸상태를 만들지 못한 채 마운드에 올랐다가 부상으로 팀에서 이탈했다.
2008시즌 신인 정찬헌은 시즌 첫 한 달 동안 LG 마운드의 희망으로 떠오르다가 5월부터 급격히 무너졌다. 결국 정찬헌은 2009시즌 후 수술대에 오른 뒤 군입대했다. 2010 드래프트 1라운드에서 지명된 신정락도 빼어난 구위를 보이다가 몸에 이상을 느끼고 2년 연속 30이닝도 소화하지 못했다. 불펜진 깊이의 결여가 유망주들의 성급한 연투를 불렀고 이는 신예 선수들의 이탈이라는 악순환을 반복케 만들었다.
LG는 지난 2011시즌 중반까지 상위권을 질주했지만 다시 한 번 불펜 붕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마무리로 점찍었던 김광수는 전혀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한화로 트레이드됐다. 급기야 트레이드 마감을 2시간 앞두고 송신영을 데려왔지만 이미 팀은 전체적으로 힘을 잃은 상태였다.
하지만 시즌 후반 긍정적인 요소도 나타났다. 3년차 한희가 프로에 적응한 모습을 보이며 불펜진의 필승조로 떠올랐다. 신인임에도 불펜진의 중심 역할을 했던 임찬규도 풀시즌을 소화하며 나쁜 전례를 반복하지 않았다.
오는 2012시즌을 예상하면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한다. 일단 경찰청 소속으로 북부리그를 지배했던 우규민이 돌아오고 FA자격을 얻었던 베테랑 좌완투수 이상열과도 재계약을 맺었다. 임찬규의 보직이 결정되진 않았지만 임찬규가 선발투수로 자리하더라도 한희가 지난 시즌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임찬규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 신정락까지 부상 없이 풀시즌을 소화한다면 LG 불펜은 모든 구색을 갖추게 된다.
그러나 확실한 주전포수가 없다는 점이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불펜에 어린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포수가 투수를 확실히 리드하지 못할 경우 끔찍한 연쇄작용을 낳게 된다. LG가 10년이 가깝게 이어지고 있는 고질병을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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