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품달', 김수현과 정일우의 기특한 성장보고서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2.02.03 08: 47

MBC '해를 품은 달'을 보는 큰 재미 중 하나는 연우 혹은 무녀 월(한가인 분)로 인해 삼각관계에 놓인 두 남자, 훤(김수현 분)과 양명(정일우 분)의 2색 감정 연기다. 김수현과 정일우는 판이하게 다른, 하지만 나란히 애절한 감정선을 연기하며 시청자들을 빠져들게 하고 있다.
두 사람의 성장이 놀랍다. 연기 데뷔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신인이(김수현),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기력 논란에 휘말리기 일쑤였던 꽃미남 배우가(정일우) 멜로의 중심에서 복잡 미묘한 심경의 변화를 탁월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래를 압도하는 김수현의 연기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그저그런 청춘스타로 머물 줄 알았던 정일우는 어느새 진짜 배우로 거듭나는 중이다.
방송 초반 여주인공 한가인이 연기력 논란으로 고초를 겪은 것과 비교할 때 남자주인공인 김수현과 정일우의 성과는 더욱 놀랍다. 두 사람은 각자 캐릭터에 맞는 자연스러운 연기를 펼쳐보이며 애초에 논란과는 거리를 뒀다. 오히려 칭찬과 호평이 이어지는 중이다.

김수현이 맡은 훤 역은 다소 괴팍한 성격도 가졌지만 어린 시절의 첫사랑을 잊지 못하고 그리움에 사무쳐 살아가는 비운의 왕이다. 온갖 정치적 모략 속에 근엄한 성군의 자리를 지키기도 힘든 와중이다. 하지만 연우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까지 더해져 더욱 괴롭다. 무녀 월에게서 자꾸만 연우의 흔적을 발견하는 가운데 혼란에 빠진 훤의 감정 변화가 눈에 띈다. 김수현은 때로는 냉소하고 때로는 눈물도 훔치며, 이 복잡한 왕의 심리를 잘 묘사하고 있다.
정일우가 연기하는 양명 역은 한량 기질이 다분하지만 특유의 유머 감각 뒤로 숨겨진 아픔이 절절한 인물. 장난기 가득한 면모와 함께 연우에 대한 기억으로 헤매이는 애절한 심리가 공존한다. 정일우는 이러한 양명의 캐릭터와 혼연일체된 모습. 과거 연기력 논란 꼬리표를 달고 다녔던 그가 맞나 싶을 정도로 성숙해진 모습을 보여준다. 내공이 쌓인 느낌이다.
한 여인을 둘러싼 두 남자의 2색 사랑법은 '해품달'의 시청률을 견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단순히 얼굴 잘 생긴 꽃미남 스타를 벗어나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내뿜는 기특한 행보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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