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의 맛을 알았다".
KIA 거포 김상현(32)이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2군 신화의 주인공이었지만 이후 2년 연속 부진에 빠졌다. 예전의 김상현으로 돌아갔다는 말까지 들었다. 부상과 포지션 변경의 충격이 있었다. 3년째 비로소 안정감을 되찾고 애리조나 캠프에서는 타격의 참맛을 알아가고 있다고 한다.
김상현은 두 해 연속 포지션 변경이라는 큰 변화를 겪고 있다. 2011 미야자키 휴가 캠프 도중 커다란 충격에 휩싸였다. 소프트뱅크 이범호의 입단으로 3루를 내놓고 갑자기 좌익수로 변신했다. 겨우내 몸을 만들고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한번 해보려고 마음을 먹은 순간 폭탄을 맞은 것이나 다름 없었다.

외야수비는 그러적럭 잘 소화했지만 타격에서 문제가 드러났다. 자신의 텃밭에서 내주고 밀려났다는 열패감도 있었고 이범호는 주전 3루수와 해결사로 자신이 2009년 해냈던 활약을 했다. 왠지모르게 방망이에 힘이 들어갔고 상대의 유인구에 쉽게 속았다. 2할5푼5리, 14홈런, 64타점에 그쳤다.
선동렬 감독의 부임과 함께 포지션이 좌익수에서 1루수로 바뀌었다. 아무래도 외야수보다는 편안한 포지션이다. 2011년이 충격이었다면 2012년의 포지션 변경은 반가운 것이었다. 이미 2011시즌 도중 1루수로도 나선 적이 있어 낯설지도 않다. 주특기인 장타력을 키우는 일만 남았다.
애리조나 캠프에서 김상현은 달라지고 있다. 이순철 수석코치는 "타자들에게 의도적으로 우중간 방향으로 밀어치도록 많이 주문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상현이도 타격하는 맛을 알고 있다. 그쪽으로 타구를 보낼 줄 안다면 변화구에 쉽게 당하지 않는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상현은 "파워라는 점만 본다면 어느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감을 갖고 있다. 문제는 주변 여건과 변화구에 대한 대처능력이다. 이런 점에서 김상현에게 안정된 환경이 주어지고 동시에 기술적인 보강도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쫓기듯 시즌을 마쳤지만 이제는 심리적인 안정감도 되찾았다.
아마도 2012년 김상현의 변신의 성패 여부는 무작정 끌어당기기가 아닌 오릭스의 이대호처럼 짧은 타구와 큰 타구를 모두 터트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듯 하다. 이순철 수석코치는 "이것만 이루어진다면 타율도 오르면서 홈런왕 후보로 꼽힐 것이다"고 예상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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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美 애리조나)=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