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짝'은 예능 혹은 교양프로그램으로 딱 집어 말하기 어렵다. 지난해 1월, 신년특집으로 꾸며진 'SBS 스페셜'로 첫 방송됐기 때문이다. 정규 편성된 '짝'은 아직도 시사/교양 프로그램으로 분류가 되지만, 아무래도 남녀사이 연애사를 담았기 때문에 예능프로그램의 색깔이 짙다.
'SBS 스페셜' 속 '짝'은 신선했다. 혼기를 놓친 일반인 노총각, 노처녀들이 자신도 진정한 짝 혹은 반려자를 만나기 위해 '애정촌'을 찾는 장면부터 한 이성을 두고 여러 이성들이 경쟁(?)을 하는 것을 보면서 시청자는 '맞아. 나 같아도 저렇게 했을거야'라며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했다.
이례적으로 'SBS 스페셜' 속 '짝'은 단 1시간 방송으로 시청자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냈고, 두 달 후 정규프로그램으로 편성돼 전파를 타기 시작했다. 좀 더 많은 싱글남녀에게 짝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에서다. 어쩌면 괜찮은 시청률이 SBS 고위층의 마음을 잡은 걸 수도 있겠다.

첫 방송된 '짝'에는 대부분의 남성 출연자들은 대기업 사원, 재벌 2세 급 혹은 '사'자가 들어가는 전문직 종사자였다. 또 여성 출연자들은 연예인으로 데뷔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경국지색이 즐비했다. 즉, '짝'의 참가자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이는 결국 논란으로 이어졌다. '남자는 능력, 여자는 외모'라는 다소 구시대적이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평범한 공식을 그대로 프로그램에 녹였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이성들이 줄을 섰을 것 같은 소위 '스펙男女'가 왜 애청촌에서 갖은 굴욕과 망신을 당하며 얼굴을 팔아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짝'은 한주 걸러 새로운 논란거리를 만들어 내는 '트러블 메이커'다. 방송 후 한 여성 참가자 불륜녀 라는 둥 한 남성은 죄를 짓고 이미 구속 수감이 됐다는 둥, 모태 솔로로 나온 사람이 알고 보니 바람둥이라는 둥 제작진은 조작 혹은 편집 논란에도 골머리를 앓아야했지만, 이 또한 시청률 상승에 견인차 역할을 했을 것이다.
출연자들은 돈과 외모에 중점을 두고 상대방을 평가하며 깎아내리기도 한다. 혹은 자신이 마음에 드는 파트너와 점심식사를 하거나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 험담을 늘어놓고 이간질마저 시킨다. 인간의 이기심과 절박함(?) 또한 부각시킨 이런 모습이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제는 똑같은 '짝'의 패턴이 지겹다. 자신도 진정한 연애를 하고 싶다고 눈물을 훔치는 출연자가 다반사고, 출연자 끼리 이성을 사이에 두고 언쟁을 벌이거나 다투는 모습도 매번 전파를 탄다. 제작진은 이미 1년 전 호평 받았던 포맷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안일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 출연자들의 얼굴만 달라질 뿐 똑같이 지속되는 프로그램 포맷과 패턴에 변화를 줄 시기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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