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최대어 시절‘ 번호 찾은 좌완 김창훈, '느낌 좋아요'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2.03 13: 59

“네. 고교 2학년 때 대표팀에서 19번을 달았어요”.
꼭 10년 전 고교 2학년으로서 3학년 선배들을 제치고 대표팀 에이스 노릇까지 했던 좌완 투수다. 김광현(SK)의 이야기가 아니다. 두산 베어스의 붙박이 좌완 원포인트 릴리프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김창훈(27)의 이야기다.
김창훈은 천안 북일고 2학년 시절부터 묵직한 구위와 칼날 제구력을 선보이며 팀의 에이스 노릇을 했다. 2002년 세계 청소년 선수권서 1년 선배 안영명(한화), 나주환(전 SK)과 함께 대표팀에 승선한 뒤 대표팀 주축투수로까지 활약했던 김창훈은 이듬해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 대표팀에도 이름을 올렸다. 고교 시절의 김창훈은 의심의 여지가 없던 최고 좌완 유망주였다.

그러나 고교 시절 혹사로 인해 팔꿈치와 어깨 수술을 잇달아 받는 등 연고팀 한화에서 데뷔 첫 해(2004년) 3승을 거둔 것이 전부였다. 결국 2009년 11월 두산으로 이적했고 지난 2년 간 가능성만을 비췄다. 2004년 이후 7년 만에 홀드를 기록했을 정도로 김창훈의 프로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10년 전 기대치처럼 한 팀의 주축 좌완 선발로 뛰지는 못하고 있으나 결코 두산에서 김창훈에게 원하는 바가 작은 것은 아니다. 바로 계투진에 없어서는 안 될 좌완 원포인트 릴리프가 되어주길 바라고 있다. 지난해 김창훈의 사이드암 전향을 이끌었던 김진욱 2군 투수코치가 이제는 신임 감독으로 그의 야구 인생이 꽃 피길 바라고 있다. 데뷔 이래 46번을 등번호로 삼았던 김창훈은 이제 19번 김창훈으로 마운드에 오른다.
“고등학교 시절 등번호에요. 제가 야구를 한 이래 가장 좋았을 때 번호지요. 지난해까지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였고 아직도 어리바리하기는 해도 어느 정도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을 알게 되는 것 같았어요. 예전보다 훈련량도 높이면서 제구력 보완을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롯데 좌완 최혁권까지 좌완 사이드암으로 훈련 중인 가운데 사이드암으로 자리잡고 있는 김창훈은 또 한 번 변신을 시도한다. 때에 따라서 팔 각도를 더욱 낮춰 언더핸드 투구폼으로도 던질 수 있도록 훈련 중이다. 하프피칭에서도 김창훈은 언더핸드로 꽤 많이 던지고 있다.
“제구력을 높이기 위해 팔 각도를 내린 이유도 있어요. 물론 세게 던져야 할 때는 사이드암으로 던질 예정입니다. 경기 상황을 보고 공의 무브먼트를 높여야겠다고 생각할 때는 언더핸드로 던지고자 합니다”. 훈련 중 단 한 번 좌타석에 들어선 김진욱 감독을 맞추는 불상사를 일으키기는 했으나 제법 제구가 잘 되는 편이다.
“그동안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잘 몰랐던 것이 사실이에요. 그런데 이제는 점차 해답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제 감을 익힌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계투 요원에 대한 인식과 필요성이 점차 강조되는 만큼 이제는 충분히 좌완 원포인트릴리프도 대우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른손 대타가 나오더라도 흔들리지 않기 위해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
한 번의 이적을 겪고 프로 데뷔 9년차 만에 팀의 필수 요소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김창훈. 그의 시즌 목표에 개인 기록은 없다. 그는 “제구력의 기복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단 한 번도 풀타임 시즌을 치른 적이 없는 만큼 시즌 목표를 세우기보다 제구 기복을 줄여 경기력으로 평가받겠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수 차례 선수생활의 위기를 딛고 다시 1군 투수로 자리잡기 시작한 김창훈의 야구인생 2막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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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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