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적인 보이그룹과 청순한 걸그룹으로 대변되는 1990년대 아이돌 그룹 스타일이 최근들어 가요계에 재현되고 있다.
에이핑크가 걸그룹의 원조 SES와 핑클을 떠올리게 하는 풋풋함과 청순함으로 남성팬들의 뜨거운 지지를 끌어내고 있는 데 이어, B.A.P가 인기 최고의 라이벌 그룹 HOT와 젝스키스를 연상케 하는 강렬한 모습으로 10대 여학생들의 마음을 흔들어놓고 있다.
에이핑크는 최근 걸그룹들이 강하고 섹시한 모습으로 획일화되고 있는 가운데,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최근 곡 '마이마이'에는 SES가 데뷔곡 '아임 유어 걸'에서 선보였던 포인트 안무도 차용, 남성들의 영원한 이상형인 '청순미'를 강조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에이핑크는 이 곡으로 지난 1월 엠넷 '엠카운트다운'에서 1위를 거머쥐며 인기그룹 반열에 올라섰다.

무대에선 청순하고 예능에서는 코믹하고 털털하다는 점은 핑클을 닮았다. 이들은 KBS '가족의 탄생' 등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의외로 내숭 없고, 활달한 성격으로 맹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B.A.P는 SES-핑클과 함께 1990년대 후반 가요계를 이끌었던 HOT-젝스키스를 닮았다. 이들의 데뷔곡 '워리어'의 제목과 가사 내용은 HOT가 강렬하게 내세웠던 데뷔곡 '전사의 후예'를 연상케 하는 대목. 화려한 염색 머리와 멤버들 개개인의 개성보다는 통일성을 강조한 콘셉트가 여러모로 HOT를 닮았다. 또 노래 자체는 젝스키스의 데뷔곡 '학원별곡'처럼 반항적이고 전투적인 분위기.
여학생들은 즉각 반응했다. 오랜 프로모션 덕분이긴 하지만, 지난 1월 첫 데뷔쇼케이스에는 무려 3000명이 몰려들었고 벌써 이들을 보기 위해 밤을 새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이들은 단순히 예전의 아이템을 차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현재의 트렌드도 놓치지 않으면서 더 발전해 나아가는 중이다.
에이핑크는 멤버 전원이 훌륭한 라이브 실력과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으며, B.A.P는 반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놓치지 않아 20~30대들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무대를 꾸미고 있다. '워리어'는 빌보드가 발표한 2월 11일자 월드 앨범 차트에서 10위권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같은 전략은 '차별화'라는 점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B.A.P의 소속사 TS엔터테인먼트 측은 "최근 아이돌그룹들이 트렌디하면서 비슷비슷한 색깔을 내고 있는 가운데, B.A.P 만의 색깔을 고민해 이같은 시도를 하게 됐다.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뜨거워 우리도 놀라고 있다"고 밝혔다.
에이핑크의 소속사 에이큐브 측도 "요즘 걸그룹들이 모두 강하고 섹시함을 강조하고 있는데, 에이핑크가 다른 색깔의 음악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같다"면서 "트렌드는 달라졌지만, 청순함을 좋아하는 남자들의 취향은 여전할 것이라고 판단한 게 적중했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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