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프로 생활은 언제나 도전이었어요. 신고선수로 입단해서도 도전했고 타석에서도 투수에 대한 도전이고 수비 위치에 설 때는 타구에 대한 도전이니까요”.
긍정은 도가 지나쳐도 괜찮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 긍정의 힘을 바탕으로 매년 안주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이야기했다. ‘타격 기계’ 김현수(24. 두산 베어스)는 아직도 성장하고 있다.
신일고 시절 고교 최고 좌타자로 꼽혔으나 지명 받지 못하고 2006년 두산에 신고선수로 입단하는 우여곡절을 겪은 김현수는 2007년부터 두산에서 출장 기회를 얻기 시작했다. 2008년에는 3할5푼7리의 고타율로 타격왕좌에 오르며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009년에는 똑같은 타율에 23홈런 104타점을 기록, 나이 대비 성장세를 감안해 팬들의 엄청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지난 2년은 팬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2010년 좀 더 장타력을 키우는 데 힘을 쏟았던 김현수는 3할1푼7리 24홈런 89타점을 기록했다. 충분히 좋은 성적이지만 2년 연속 3할5푼7리를 기록했던 타자의 타율임을 감안하면 뭔가 아쉬움이 있었다. 그리고 지난해는 3할1리 13홈런 91타점의 성적을 올렸다. 4년 연속 3할 타율 여부가 관심사였을 정도로 2할대 후반과 3할대 초반을 오갔던 김현수의 타율이었다.
포스트시즌에서 확실한 위력을 보여주지 못한 것과 맞물려 김현수의 스트레스도 극심했던 시기다. 여기에 팬들로부터는 장타력과 정확성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이미지의 타자가 되는 듯 했다. 2011시즌에는 몸에 부상까지 찾아와 여러모로 힘들었던 김현수의 최근이다.
3일(한국시간) 두산의 전지훈련지인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만난 김현수는 “최근 2년 간 장타력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다”라며 지난 2년을 돌아보았다. 그와 함께 김현수는 “이제까지 야구를 하면서 내가 가장 좋은 몸을 갖춘 시기”라며 기대감을 비췄다.
▲ 가장 정확한 타격에서 홈런이 나온다
한 번도 차지한 적이 없는 만큼 홈런 및 타점 타이틀에 대해 김현수는 “내가 도전해야 하는 목표”라고 거듭 이야기했다. 김현수가 자리를 지키는 3번 타순은 정확성 만이 아니라 장타력도 과시하며 4,5번 타자들의 위력을 배가시켜야 한다. 사실 이승엽(삼성)이 일본 진출 이전 홈런 대기록을 달성할 때도 그의 타순은 4번이 아닌 3번이었다. 3번 타자도 충분히 많은 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자리다.
“홈런-타점 타이틀은 모두 제가 도전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중심타선에 포진한 만큼 한 방을 보여줘야지요. 계속 도전하는 자세로 나선다면 저도 홈런 타자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지 않을까요”.
장타력과 정확성은 공존할 수 없는 것일까. 현 시점에서 김현수의 대답은 ‘NO'였다. 김현수는 “지난 2년 간 나 또한 큰 스윙이 장타력 배가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다”라고 밝혔다. 줄곧 ’내 타격폼은 큰 변화가 없다‘라며 말했던 김현수였으나 이제는 “팔로 휘두르는 큰 스윙을 했다”라며 실토했다.
“그동안 팔 스윙을 크게, 팔로우 스윙까지 힘껏 휘두르고 히팅 포인트를 앞에 두고 쳐야 홈런이 나온다는 고정관념에 휩싸였습니다. 좋았을 때와 나빴을 때의 비디오를 계속 보면서 비교하고 생각했는데 테이크백 동작에서 차이가 있더라고요. 좋았을 때는 테이크백을 작게 했다가 상체와 일직선상에서 빠른 스윙 스피드로 방망이가 나왔는데 안 좋을 때는 테이크백 순간부터 그저 팔로 휘두르려고 하더군요. 그러다보니 상체가 일찍 열리게 되면서 컨택 능력도 떨어지고 제가 원하는 타격을 하지 못한 것 같아요”.
뒤이어 김현수는 “가장 정확한 타격에서 홈런이 나온다”라고 밝혔다. 하다못해 야구 게임을 하더라도 점 타격으로 공과 타격점이 일치되었을 때 제대로 된 홈런이 나온다. 배트 중심 만이 아닌 끝이나 안쪽으로 때려내도 어떻게 안타를 만들어내는 것과 달리 홈런을 때려내려면 가장 정확한 타격점을 찾아야 한다. ‘가장 정확한 궁극의 타격에서 홈런이 나온다’라는 것이 김현수의 생각이다.
“홈런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싶어요. 이전까지 팔스윙만 크게 하다보니 거의 골프스윙에 가깝게 되더라고요. 이명수 타격코치님과 이토 쓰토무 수석코치께서도 제 타격 비디오를 보시면서 ‘손목으로 부드럽게 쳐라’라고 주문하십니다. 그동안 ‘맞추는 데는 자신있다’라고 생각하다보니 컨택을 소홀히 했던 것 같아요. 지금은 테이크 백 동작도 많이 작아졌고 스윙 스피드도 빨라졌습니다. 가장 정확한 타격에서 홈런이 나온다는 것을 이제 깨닫게 된 것 같아요”.
▲ 최적의 몸, 최적의 컨택, 최적의 스윙스피드-김현수의 도전
지난 시즌이 끝난 후 김현수는 재활에 열중했다. 한의원을 다니면서 10kg 가까이 체중을 감량했고 그와 함께 웨이트 트레이닝을 병행하며 몸 만들기에 열중했다. 때문에 그의 몸은 오히려 시즌 때보다 훨씬 탄탄해졌다. 선수 본인 또한 “내 인생에서 최고의 몸 상태”라며 웃었다.
“겨우내 웨이트 트레이닝을 이렇게 체계적으로 한 것은 처음인 것 같아요. 끊으면 안 되겠더라고요. 이 자리를 빌어 유동훈 관장님, 김문기 관장님께 감사드립니다.(웃음) 그리고 지난해 룸메이트로 함께했던 임재철 선배께도 자기관리와 꾸준함과 성실함을 배웠어요. 근력을 키우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거든요. 신인 시절보다 더 좋은 몸상태입니다. 최고의 상태에요”.
자신의 타격 비디오만이 아니라 이대호(오릭스), 전준우, 손아섭(이상 롯데) 등 타 팀 선수들의 타격 모습도 체크하며 습득해야 할 부분을 찾는 김현수. 다른 이들이 과도기라고 생각하는 지난 2년에 대해 김현수는 ‘도전’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실패가 아닌 도전의 결과물이었다고 생각해요. 밖에서 볼 때는 실패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제게는 그 2년 뿐만 아니라 모든 야구 인생이 도전이었어요. 프로에 들어올 때도 신고선수로 정규 계약을 맺기 위해 도전했고 모든 타석에서는 투수에게 도전하는 입장이고. 수비로 나서서는 타구를 잡기 위해 도전하고 누상에서는 다음 베이스를 밟기 위해 도전하니까요. 도전하지 않는 순간이 바로 선수로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정확하게 맞춰야 정말 제가 원하는 장타를 때려낼 수 있다고 느꼈으니까요. 최적의 몸을 만들고 최적의 컨택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최적의 스윙 스피드를 갖추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만큼 김현수는 제 자리에 그대로 만족하려 들지 않았다. “내가 어느 곳에 서는 것과 관계 없이 안주할 생각은 없다”라고 이야기한 김현수는 등번호 50번이 아닌 김현수라는 이름에 걸맞는 활약을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자 노력 중입니다. 긍정은 도가 지나쳐도 상관없다는 생각이거든요. 제 등번호 위에 새겨진 제 이름에 걸맞는 활약을 보여주기 위해 더 노력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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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리아=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