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가 열린 채 타격하고 있으니 네 힘을 다 못 전달하고 있잖아”.
훈련이 끝나면 두산 베어스 유망주들은 전력분석을 맡은 유필선 운영팀 과장의 노트북을 주시한다. ‘야한 동영상’이 아닌 ‘야구 동영상’을 보며 자신이 가장 좋을 때와 안 좋을 때의 자세를 보기 위해서다.
미국 애리조나 주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전지훈련에 열중하고 있는 두산 선수단은 오전 훈련이 끝난 후 투수조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위해 이동하고 야수조는 타격 훈련 및 펑고 받기에 여념이 없다. 그 와중에서도 선수들은 점심시간이나 훈련 종료 후 유 과장의 근처로 모여 자신이 공을 어떻게 던지고 어떻게 때려냈는지 다시 한 번 체크한다.

투수조에서 가장 페이스가 좋은 선수 중 한 명인 서동환은 동영상 시청을 통해 자신에게 가장 좋은 투구폼을 발견했다. 특히 릴리스포인트 순간과 함께 오른발이 지면에서 떨어지면서도 발 끝이 몸의 안쪽으로 향하는 자세일 때 서동환의 구위와 제구가 가장 좋다는 평이 나왔다. 유 과장의 뒤에서는 정명원 투수코치나 전형도 수비코치 등 코칭스태프가 영상을 함께 지켜본다. 서동환은 무언가 깨달은 듯 “예스”라며 일갈했다.
반면 내야수 허경민의 경우는 최근 안 좋았던 부분을 지적받았다. 경찰청 시절 1번 타자로 최적화된 타격을 보여주던 우타자 허경민이었으나 타격 순간 오른 어깨가 일찍 앞으로 향하면서 상체가 열린다는 지적이었다. 매사 야구에 진지한 태도를 보여주는 허경민은 동영상을 보면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무언의 동작이다.
유 과장 외에도 정재훈, 박종섭씨 등 선수 출신 전력분석원들 또한 훈련을 도우며 선수들이 어떤 상태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지 포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밸런스가 불안한 투수의 경우는 정면 카메라에 비춰진 모습을 보여주며 투구폼의 강점과 약점을 지적하고 타자의 경우는 테이크백 동작과 히팅 포인트 순간, 팔로우 스윙을 구분 동작으로 지켜본다. 그리고 선수들은 거의 매일 이를 반복한다. 반복해 영상을 시청하며 제대로 익혀야 할 점, 버려야 할 점을 뇌리에 새겨두기 위해서다.
인생은 반복의 연속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하루하루를 반복하듯이 투수는 바람직하게 공을 던지는 동작을 반복해야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고 타자는 은퇴 시점까지 반복해서 배트를 휘두른다. 더 나은 야구 인생을 개척하기 위해 유망주들은 오늘도 노트북을 통해 자신의 훈련 모습을 되돌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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