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 최주환, “이제 야구가 즐겁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2.04 13: 17

“저 녀석, 야구에 미쳤어”.
김민호 두산 베어스 수비코치는 한 선수를 향해 기특하다는 듯 독설 아닌 독설을 날렸다. 이야기를 들은 선수는 기분이 좋았는지 헤헤 웃으며 배팅 케이지로 향한다. 상무 제대 후 팀에 복귀한 내야수 최주환(24)이 그 주인공이다.
광주 동성고 시절이던 2005년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 4강 대만전서 끝내기 안타를 때려내며 한국의 결승행을 이끌었던 최주환은 2006년 2차 6순위로 두산에 입단했다. 수비력보다는 컨택 능력이 좋은 공격형 내야수로 기대를 모은 최주환은 군입대 전에도 2군에서 ‘타격에 있어서는 더 배울 것이 없는 유망주’라는 평을 받았던 바 있다.

2009시즌 후 상무 입대를 결정한 최주환은 2010년 유격수로서 100경기 3할8푼2리 24홈런 97타점 15도루로 맹활약했다. 후반기 종아리 부상이 아니었다면 2군 최초의 20홈런-20도루의 주인공은 문선재(상무, 전 LG)가 아닌 최주환이 되었을 가능성이 컸다. 지난해도 최주환은 허리, 무릎, 어깨 부위에 잇단 부상에도 3할3푼6리 9홈런 70타점을 기록했다. 수비력 면에서도 일취월장하며 오재원-고영민 구도의 2루 경쟁에 어느 정도 명함을 내밀만한 기량을 갖추게 된 최주환이다.
지난 3일(한국시간) 전지훈련지인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만난 최주환은 첫 미국 전지훈련에 대해 “장시간 비행 등으로 인해 처음에는 시차 적응이 어려웠지만 운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 지금은 굉장히 좋다”라며 웃었다. 군대에 다녀온 후 더욱 긍정적으로 변한 마인드가 인상적이었다.
지난해 2군에서 호성적을 거두기는 했으나 2010년의 맹타에 비하면 아직 아쉬웠던 것이 사실. 상무 시절 아오키 노리치카(밀워키, 전 야쿠르트)의 타격폼을 비슷하게 모사했던 최주환은 지난 시즌 아쉬운 부분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2010년에 24홈런을 쳤다보니 어느 순간 힘으로 멀리 치려고 하게 되더군요. 타구를 그저 멀리 보내려다 욕심을 부렸던 것 같아요. 지금은 테이크 백 동작을 줄이는 등 안 좋은 부분을 개선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아오키의 타격폼을 따라하고자 했는데 무릎이 안 좋아서 부담이 있더라고요”.
팀 선배이자 주전 유격수 손시헌의 조언은 최주환을 더욱 성장시켰다. 군입대 전 그저 ‘내 자리를 만들겠다’라는 데 집중했던 최주환은 손시헌의 조언 후 조금 더 주위를 둘러보고 팀원들과 함께 좋은 성적을 추구하고자 노력했다.
“예전에 2군에 있을 때는 그저 의욕만 앞서고 대인관계에서는 소극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냥 한 곳만 보고 ‘누굴 이기겠다’라는 것만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시헌 선배께서 ‘한 곳만 바라보지 말고 여러 곳도 둘러보며 야구를 즐겁게 해라’라고 하셨어요. 지금은 팀 구성원으로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시야도 좀 더 넓히고자 합니다”.
올 시즌 목표를 묻자 최주환은 “제가 개인 목표를 세울 입장이 아닙니다”라고 겸손하게 답했다. 그러나 야구 욕심이 대단한 선수인지라 답은 금방 나왔다. 1차 목표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발전하겠다는 답이 이어졌다.
“일단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고 싶어요. 그리고 나서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점차 목표를 키워가고 싶습니다. 예전에는 수비에서 부담이 컸는데 김민호 코치님, 전형도 코치님이 많이 격려해주시고 가르쳐 주신 덕분에 수비 부담도 많이 줄어들었어요. 지금은 야구가 너무 즐겁습니다”. ‘야구에 미친 놈’이라는 김민호 코치의 독설이 무슨 뜻인지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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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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