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가족’ LG·두산의 엇갈린 운명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02.05 02: 27

LG와 두산, 두산과 LG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같은 서울 지역을 연고로 하고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서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양 팀의 선수들이 쓰는 연습시설은 물론, 프런트 직원들이 일하는 사무실도 잠실구장 안에 있어서 언제든 마주친다. 
양 팀은 오랜시간 동안 한 가지 약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LG는 우타거포 부족현상을 보이고 있고 두산은 수준급 토종 좌완투수가 없다. 단적으로 LG는 지금껏 한 시즌 30홈런 이상을 기록한 토종 우타자가 없고 두산은 순수 선발 10승을 올린 토종 좌완투수가 없다. 이를 극복하려 고심하고 애를 쓰지만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두 팀은 서로 엇갈린채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 두산의 이상훈? LG의 김동주? 주사위로 결정된 신인지명

전면 드래프트로 전환된 2011 드래프트 이전까지 LG와 두산은 언제나 신인 1차 지명에서 충돌해왔다. 특히 1990년대에는 주사위 던지기로 연고지 우선 지명권을 행사했기 때문에 주사위로 인해 양 팀의 명암이 엇갈렸다. 굵직한 사건의 시작은 1993년 드래프트였다. 양 측 모두 대졸 좌완투수 이상훈 영입을 추진했고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주사위 던지기에서 승리해야 했다.
주사위 던지기 연습까지 불사하는 웃지 못 할 일도 벌어졌지만 주사위 던지기의 승자는 대부분 LG였다. 1993 드래프트에 앞선 주사위 던지기에서 승리한 LG는 이상훈을 지명했고 이상훈은 데뷔 첫 해부터 150이닝 이상을 소화, 2년차에 18승, 3년차에 20승을 올리며 LG를 대표하는 에이스가 됐다.
1993년 드래프트에서 이상훈을 놓친 두산(당시 OB)은 1994년 드래프트에서 수준급 좌완투수로 성장할 것이라 믿었던 류택현을 지명한다. 하지만 류택현은 기대했던 선발투수 보다는 불펜투수로서 적합한 모습을 보이며 두산의 좌완 에이스 가뭄은 계속됐다.
두산이 좌완 에이스를 찾지 못하는 동안 LG 역시 꾸준히 우타거포를 지명하려 했지만 좀처럼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대졸 우타거포 김동주의 지명권이 걸린 1998년 드래프트.  만일 LG의 주사위 던지기 승리신화가 8년 연속으로 이어졌다면 김동주는 LG의 유니폼을 입게 됐을 것이다. 하지만 두산이 주사위 던지기 7연패를 끊으며 김동주를 지명했고 김동주는 데뷔 시즌에 24홈런을 기록하더니 3년차에 31홈런을 날렸다.  
▲ 트레이드로도 해결하지 못한 난제
결국 LG와 두산은 트레이드를 통해 이 난제를 극복하려했었다. 그러나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트레이드로도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1988시즌부터 1989시즌까지 MBC(LG의 전신)에서 뛰었던 김상호는 1990시즌을 앞두고 OB 유니폼으로 갈아입는다. 이후 김상호는 1995시즌 25홈런 101타점을 기록하며 최초로 잠실 홈런왕에 등극하는 한편 당해 OB 우승의 중심역할을 해냈다. 김상호는 이듬해에도 20홈런을 때려내 우타거포의 이미지를 확고히 했다.
운명의 장난은 1999년에 일어났다. 우타거포에 목말라있던 LG는 두산과 트레이드를 시도, 김상호와 함께 두산에서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던 류택현을 데려온다. 하지만 김상호가 급격히 내리막길을 걸으며 2000시즌 후 은퇴한 반면, 류택현은 꾸준히 활약하여 2007시즌 프로야구 첫 개인통산 100홀드의 위업을 달성한다.
2009년 12월. 당시 재정난에 시달리던 히어로즈의 상황과 맞물려 LG는 이택근, 두산은 이현승을 트레이드로 영입해 다시 한 번 각각 우타거포, 좌완에이스 영입에 나선다. 하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실패에 가까웠다. 홈런 20개 이상을 기록하는 거포는 아니었지만 3년차부터 꾸준히 3할 이상의 타율을 올린 이택근은 LG에서 계속되는 부상을 극복하지 못한 채 2년 동안 176경기 출장에 그쳤고 2011시즌에는 2할대 타율에 머물렀다. 급기야 이택근은 2012시즌을 앞두고 FA를 통해 친정팀 히어로즈도 돌아가고 만다. 2009시즌 13승을 올린 이현승 역시 두산의 좌완에이스가 될  것으로 기대 받았지만 지난 두 시즌 동안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된 채 6승에 그쳤고 현재 상무에 입대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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