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도 계속 야구를 하면서 걸출한 경쟁자들을 상대해야 합니다".
근성의 높이만큼은 누구보다도 크다. KIA 타이거즈의 주전 유격수로 당당히 자리매김한 김선빈(23)이 지난해 부상으로 인해 이루지 못했던 목표를 이번에 제대로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화순고 시절부터 투-타 양면에서 대단한 재능을 보여줬으나 165cm의 작은 신장으로 인해 2008년 2차 6순위로 저평가되었던 김선빈. 그러나 그는 데뷔 해부터 1군 112경기에 출장하는 등 시간이 갈 수록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성장했다. 지난 시즌 김선빈의 성적은 98경기 2할9푼 4홈런 47타점 22도루로 뛰어났다.

그러나 지난해 7월 5일 군산 넥센전서 김선빈은 상대 타자 코리 알드리지의 강습 타구를 안면에 맞고 코뼈와 잇몸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공수주에 걸쳐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하던 김선빈의 부상 결장을 시작으로 1위를 달리던 KIA는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고전하며 결국 4위에 그친 뒤 플레이오프 진출에도 실패했다.
4일(한국시간) 전지훈련지인 미국 애리조나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서 만난 김선빈은 지난 시즌에 대해 "아쉬운 점도 많지만 부상을 입고서도 결국 규정타석을 채웠다는 점은 위안거리다"라고 밝혔다. 부상 당시 시즌 아웃 여부까지 거론될 정도의 중상이었으나 빠르게 회복한 자신의 투지가 대견했던 모양이다.
김선빈의 지난 시즌 성적은 충분히 다른 시즌이었다면 골든글러브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만 했다. 그러나 '3할 유격수'로 한화의 돌풍을 이끌었던 이대수(31)와 '우승 유격수' 김상수(22. 삼성), 2010년 골든글러브 수상자인 강정호(25. 넥센) 등과 경합한 끝에 가장 개인 성적이 뛰어났던 이대수의 수상을 지켜봐야 했다. 경쟁자들도 함께 좋은 성적을 올렸다는 점은 어떻게 보면 김선빈에게 운이 없던 순간이었다.
"별로 아쉽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음에도 기회가 있잖아요. 그리고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로 앞으로 계속 함께 야구를 하며 상대해야 하는 선수들입니다. 지난 한 해에 미련을 두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김선빈이 중점을 두는 부분은 바로 수비다. 특히 뜬공을 잡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던 김선빈인 만큼 이를 완벽하게 잡아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수비에서 더욱 보완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특히 제가 뜬공을 잡는 데 있어 부족한 모습을 보였으니까요". '이제는 1군에서 검증된 유격수가 아닌가'라고 묻자 김선빈은 손사래 치며 "아직도 부족해요"라며 겸손하게 이야기했다.
지난해 달성하지 못한 목표는 올 시즌으로 승계된다. 김선빈은 올 시즌 목표에 대해 "꼭 3할 타율과 30도루를 하고 싶다"라고 답했다. 우승후보로 꼽히는 팀의 우승과 부상 없는 좋은 한 해를 기본으로 한 개인적인 목표다.
'작은 선수는 체력이 약하다'라는 편견에 반박하며 3시즌 째 주전 유격수로 비상을 꿈꾸는 김선빈. 그는 올해를 커리어하이 시즌으로 만들기 위해 훈련 시작과 함께 그라운드로 부리나케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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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애리조나)=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