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조련 달인' SUN, "의욕만 넘치면 안돼"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2.05 07: 38

선동렬 현 KIA 타이거즈 감독이 삼성 감독으로 재직하던 시절 한 야구인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오승환과 권혁의 데뷔 초기 시절 선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오면 그들의 제구력이 확실히 좋아졌다. 바람직한 중심이동요령과 함께 릴리스포인트 지점을 알려줬기 때문이다. 투수 조련에 있어서는 역시 대단한 지도자다".
올 시즌 고향팀 지휘봉을 잡게 된 선 감독이 이제는 KIA 투수들에게 바람직한 제구 방법을 알려줄 예정이다. KIA는 현재 미국 애리조나 서프라이즈서 1차 전지훈련을 치르고 있다. 새 외국인 투수들인 알렉스 그라만, 앤소니 르루가 아직 제 페이스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선 감독은 외국인 투수에 대한 평은 아끼며 국내 투수들의 변화상에 집중했다.
"서재응의 컨디션이 굉장히 좋다. 국내에서 '체지방량을 좀 줄여야 한다'라고 했는데 살을 쏙 뺐더라. 당장 실전 경기에 출격시켜도 될 만큼 몸 상태가 좋다".

그와 함께 선 감독은 하프피칭에 돌입하며 정식 불펜피칭까지 한 턴을 남겨둔 젊은 투수들의 투구 모습을 지켜봤다. 때로는 기대만큼 좋은 하체 중심이동 투구를 보여주는 선수를 보며 흐뭇해했고 한편으로는 아직 제 페이스를 찾지 못한 선수에 대한 애정이 담긴 아쉬움도 비췄다.
"하반신의 중심 이동이 순조롭게 이어져야 볼 끝의 위력이 살아난다. 팀 내에서는 역시 윤석민이나 서재응 등 잘하는 투수들이 그 요령을 알고 던진다. 김진우도 최근 들어 많이 좋아졌다. 던질 때 백스윙해서 앞으로 팔이 향할 때까지 무게중심을 온전히 앞으로 끌어내지 말고 약간 뒤에도 힘을 배분해놨다가 자연스럽게 앞으로 이동시킬 수 있어야 한다".
현역 시절 선 감독은 약간 움츠린 자세에서 투구를 시작한 뒤 하체 중심이동 투구로 폭발적인 구위를 선보이며 한국-일본 마운드를 호령했다. 그만큼 하체 중심이동 능력이 뛰어났고 볼 끝에 온전히 자신의 힘을 실었다는 증거다. 뒤이어 선 감독은 젊은 투수들이 자주 범하는 오류에 대해 이야기했다. 세게 던지려는 의욕만 넘치다보니 바람직한 중심이동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제구가 잘 안 되거나 자주 부상당하는 젊은 투수들을 보면 백스윙 동작이 심한 편이다. 세게 던지려고 상체가 먼저 기울어진다. 의욕이 넘쳐서 마음만 먼저 타자에게로 다가서다보니 상체가 앞으로 쏠리는 것이라고 봐도 되겠다.(웃음) 그러나 그렇게 던지다보면 팔꿈치나 어깨에 무리가 갈 수 있다". 프로야구 초창기 삼미-롯데에서 에이스로 활약했고 현재 미국에서 스포츠마케팅 유학 중인 왕년의 에이스 임호균씨 또한 선 감독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러나 선 감독은 천편일률적으로 투구폼을 뜯어 고치는 데 대해서는 "절대 하지 않아야 할 것"임을 강조했다. 투수들 한 명 한 명마다 체형이 다르고 운동신경이나 몸의 밸런스가 다른 만큼 개성을 살려주되 정말 고쳐야 할 점 한 두 가지 정도를 개선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았다.
"심동섭의 경우는 폼이 높고 아직 하체 중심이동 능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 그러나 그런 경우 투구폼을 완전히 뜯어 고칠 생각은 없다. 좋은 제구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단점 1~2개 정도 고쳐주고 그가 가진 장점을 살려줄 뿐 대대적으로 뜯어 고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선수 개개인의 개성이 있으니까".
80~90년대 프로야구 불세출의 투수로 맹활약했던 선 감독. 삼성에서도 '지키는 야구'를 표방하며 강한 팀을 만들어낸 선 감독은 이제 KIA 투수들에게 자신의 비법을 그대로 전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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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애리조나)=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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