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금 페이스는 순조로워요".
꼭 10년 전의 그는 장차 한국야구의 아이콘이 될 선수로 주목을 받았다. 데뷔 첫 해부터 묵직한 직구와 낙차 큰 커브로 12승을 따내는 등 위력도 대단했다. 그러나 연속된 부상과 팀 이탈 등으로 인해 수년 간의 세월을 흘려보내고 말았다. 어느새 우리 나이 서른이 된 우완 김진우(29. KIA 타이거즈)가 찬란한 2012년을 위해 제대로 준비 중이다.
2002년 광주 진흥고를 졸업하고 계약금 7억원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던 김진우. 2002년 12승, 이듬해 11승을 거두며 KIA 투수진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단숨에 자리를 꿰차던 김진우는 2007년 5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8.35의 성적만을 남긴 채 오랜 시간 동안 마운드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전에도 무릎 등에 부상이 있기는 했으나 갑작스레 마음대로 제구가 되지 않으면서 낙심했고 결국 방황의 시기를 보내고 말았다.

팀 합류와 이탈, 개인 훈련 등이 반복되며 야구인생의 커다란 위기를 맞았던 김진우. 그러다 2010년 말 극적으로 KIA에 다시 합류해 서서히 몸을 만든 뒤 지난해 10경기 1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5.19로 가능성을 비추기 시작했다. 공백기가 상당히 길었음을 감안하면 재평가되어야 할 성적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11일 SK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서는 3⅓이닝 1피안타 무실점 쾌투로 예전의 위력을 재현했다. 비록 4차전서 1이닝 2실점으로 흔들리기는 했으나 팬들이 바라던 묵직한 직구-파워커브 조합이 마운드 위에서 화선지 위에 붓이 춤추듯 포수 미트로 빨려들었다.
그리고 현재 김진우는 올 시즌 팀의 강력한 마무리 후보다. KIA의 애리조나 서프라이즈 전지훈련을 총괄하고 있는 선동렬 감독은 김진우에 대해 "마무리 훈련 때는 다소 아쉬웠는데 최근 하체 중심이동 투구가 잘 되면서 정말 많이 좋아졌다"라며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선수 본인은 굉장히 겸손했다.
"지난 시즌 복귀해서 좋았던 것보다 제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많이 배운 한 해였어요. 그리고 그 단점들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훈련 중인데 페이스는 괜찮습니다".
선 감독은 김진우에 대해 "상체가 먼저 나오지 않게 팔이 앞으로 나올 때도 뒷다리에 무게중심을 남겨뒀다가 자연스럽게 중심이동 투구를 해야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김진우는 감독의 지시에 충실히 따르며 하프피칭을 소화 중이다. 김진우의 투구를 바라보는 선 감독의 표정은 흐뭇했다.
"중심 이동 투구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아직은 많이 부족합니다. 지금 캠프 와서 400개 가까이 던졌고 앞으로 600~700구 정도 더 던지고자 합니다. 1000개는 던져야 할 것 같아요. 제 폼이 자연스러워 질 때까지. 경기에 나갈 때도 그 동작이 몸에 배어있게 말입니다". 계투 요원이 캠프에서 1000구 정도 던진다는 것은 많은 편이다. 그만큼 김진우가 자신에게 최적화된 폼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 호투와 4차전 난조에 대해 질문했다. 그러자 김진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포스트시즌은 나만 잘 던져야 되는 것이 아니다. 팀이 이겨야 되는 것이다. 4차전 부진이 아쉽다기보다 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라고 답했다.
"캠프 중반에 접어들었는데 여기저기 근육통이 일어나기는 합니다. 지금이 그 고비인 것 같아요. 이 고비를 잘 넘긴다면 더 좋아질 수 있겠지요".
마무리 보직 경쟁에서 현재 가장 앞서있는 김진우. 그러나 그는 올 시즌 자신이 맡을 보직은 상관없다고 이야기했다. 그에게는 팀이 이기고 우승하는 것이 우선이다.
"저는 아무것도 보여준 것이 없습니다. 그만큼 어떤 보직을 맡고 싶다고 바라거나 하지는 않아요. 그저 팀이 우승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거듭 감사하다며 사람 좋은 웃음을 보여준 뒤 훈련장으로 향하는 김진우. 그의 웃음은 '돌아온 탕아'나 '풍운아'의 것이 아니었다. 그저 '순박한 청년' 김진우의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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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애리조나)=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