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알고 그에 맞는 야구를 하라."
야구는 쇼핑이다. 이만수(54) 감독이 쇼핑에 비유, 자신의 야구철학을 공개했다.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 스포츠 빌리지에서 만난 이 감독은 "야구는 쇼핑하듯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번 캠프 유일한 휴식일이었던 지난 1일 선수단 전체 미팅에서 한 말의 요지이기도 하다.

이 감독은 "선수들이 쇼핑을 간다는 말에 너무 즐거워 하더라"면서 "바로 그런 쇼핑을 하는 마음으로 야구를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능력치가 어느 정도인지 알라
"쇼핑은 무턱대고 무한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는 이 감독은 "우선 자신의 수중에 돈이 얼마가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런 후 어떤 것을 구매할 것인지 정해야 한다. 꼼꼼하게 따져서 어떤 것을 샀을 때 가장 효율이 높은지 알아야 한다"면서 "쇼핑이라 해도 무작정 좋아하는 것만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야구도 마찬가지다. 내 능력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냉정하게 알고 난 후 그에 맞게 상대 투수, 상대 타자를 쇼핑해야 한다"면서 "야구는 이겨야 한다. 이기기 위한 쇼핑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연구해야 한다"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보유한 돈을 선수 자신의 능력에, 물건을 상대 투수 혹은 타자에 비유한 것이다. 결국 자신을 똑바로 알아야 대처할 수 있는능력이 생긴다는 뜻이다.
▲이기기 위한 쇼핑은 무엇인가
이 감독의 야구 쇼핑론의 핵심은 자율이다. "내 수중에 돈이 얼마가 있는지 알고 무엇을 사야 하는지 안다면 답은 나와 있다. 같은 값이라면 어떤 상품을 사야 더 효율이 높은 지 따지면 된다"는 이 감독은 "투수라면 어떻게 해야 상대 타자의 장점을 피해 잡아낼 수 있는지 연구해야 한다. 타자라면 상대 투수가 주무기를 쓰기 전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또 그는 "야구는 이겨야 한다. 투수든 타자든 상대를 이겨야 내가 살 수 있다"면서 "정말 사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능력이 돼야 한다. 마찬가지로 반드시 상대를 이기려면 내가 어떤 능력을 길러야 하고 현재 상태에서는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는 지 끊임없이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것을 아는 순간 그 선수는 톱 클래스에 들 수 있다"면서 "자기가 필요한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든다면 슬럼프도 오래가지 않아 극복해낼 수 있다. 그래서 스스로 깨달은 후 개인훈련을 해야 한다"고 찬찬히 설명했다.
이 감독은 이번 캠프의 중간 평가에 대한 요청에 "사실 선수들 입장에서는 많은 혼돈이 있었을 것이다. 단체 훈련량이 거의 대폭 줄었으니 그럴 수 밖에 없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율적으로 늘어난 개인 훈련량에 대한 적응을 뜻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단체 훈련은 팀 플레이를 말하는 것이지 개인 기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제 선수들이 조금씩 내 취지를 깨달아 가는 듯하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이제 이 감독이 원했던 자율야구가 조금씩 자리잡아 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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