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혹됐다. 하지만 떨칠 수가 없구나."
MBC '해를 품은 달'의 훤(김수현 분)이 무녀 월(한가인 분)에게 마음이 빼앗겼음을 고백하는 대사다. 자신의 호위무사인 운(송재림 분)에게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던 이 장면은 시청자들 사이 큰 화제가 됐다. 부정하려고 해도 벗어날 수 없는 훤과 월의 운명적인 로맨스를 암시하기 때문.
말 그대로 '미혹됐다'. 시청자들이 '해품달'에 폭 빠졌다. 더불어 '김수현 앓이'도 절정으로 치닫는 중이다. '해품달'에 미혹된, 김수현에 매혹된 시청자들의 아우성이 계속되고 있다.

'해품달'은 방송 10회만에 시청률 40% 돌파를 넘보고 있다. 초반부터 아역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심상치 않는 시청률 상승세를 보였던 참이다. 김수현 한가인 정일우 등 성인 배우들의 분량으로 넘어오며 상승세에 더 박차를 가했다. 이제 극 전개가 절반에 들어선 상황, 연장 논의가 시작될 정도로 국민적 인기다. 간만에 평일 밤 드라마 중 시청률 40%를 넘기는 국민드라마가 탄생될 조짐이다.
김수현은 이러한 '해품달' 신드롬의 중심에 섰다. 출연진 중 단연 압도적인 연기력과 존재감으로 시청자들을 유혹한다. 연우-월 역을 맡은 한가인의 연기에 냉소하고 사극의 미덕처럼 여겨지는 역사 의식과 고증이 없다고 유치하단 혹평을 쏟아내는 쪽도 있지만 김수현에 대해서 만큼은 이견이 없다. 아직 가난한 작품 경력이 전부인 신인임에도 불구, 기성 배우들을 제압하는 그 무시무시한 연기력과 포스란.
'해품달'이 국보급 인기를 누릴 수 있는 데는 이러한 김수현이라는 존재가 크게 작용했다. 김수현이 연기하는 '훤'이 없었다면 이처럼 시청자들을 눈길을 붙잡아두는 데 실패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상 원톱 주인공이나 다름 없던 월에게서 오히려 훤에게로 극의 중심이 은근히 옮겨가는 듯한 인상이 드는 것은 드라마에 몰두했던 시청자들이라면 상당 수가 느끼는 바다. 비극적 운명을 지닌 월 아니, 연우의 뒤틀린 삶.. 훤과 양명(정일우 분)의 사랑을 동시에 받으며 운명을 되돌려가야 하는 이 기구한 여인네의 이야기가 훤의 미소와 눈물 뒤로 빛을 잃을까 우려가 될 지경이다.
김수현은 '해품달'의 '훤' 역을 통해 연기파 옥석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하는 데 종지부를 찍을 태세다. 그간 드라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등에서 보여준 아역 연기, 드라마 '드림하이1' 주연 활약을 지나 '해품달'은 그를 연기력 보증수표로 올려 놓는 중요한 작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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