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두목곰’ 김동주, “배번처럼 18년 뛰고 싶다”
OSEN 손용호 기자
발행 2012.02.06 10: 42

“솔직히 제 나이가 있는 만큼 앞으로 더 몇 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할 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그 좋은 우승을 후배들과 함께 맛보고 싶습니다”.
프리에이전트(FA) 재계약으로 한 팀에서만 17년을 뛰게 된 베테랑 타자. 이제는 개인 성적에 대한 목표를 이야기하기보다 매 순간 한 타석 한 타석을 소중하게 여기며 나서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두목곰’ 김동주(36. 두산 베어스)가 초심으로 돌아가 자존심을 회복하고 팀 우승까지 공헌하겠다는 시즌 목표만이 아닌 프로 선수 생활의 마지막에 대한 바람도 함께 이야기했다.
배명고-고려대를 거쳐 1998년 전신 OB에 1차지명 입단 이래 김동주는 소속팀은 물론 국가대표팀 4번 타자로 오랫동안 활약한 실력파 우타자다. 드림팀 1기였던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서부터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그는 꾸준히 태극마크를 달며 이승엽(삼성), 이대호(오릭스) 등과 함께 대표팀 중심타선을 지켰다. 다른 동료들이 예비군 훈련을 받는 비시즌 해외로 대표팀 차출이 워낙 잦았던 만큼 김동주는 불과 2년 전까지도 민방위가 아닌 예비군 신분이었다.

국내 무대에서도 김동주는 프로 14년 간 통산 3할1푼의 타율에 270홈런 1061타점을 올렸다. 정확성과 장타력을 겸비하며 2000년대를 대표하는 우타자로 명성을 떨친 타자 중 한 명이 바로 김동주다.
2007시즌 후 FA 계약을 맺었던 김동주는 지난 시즌 120경기 2할8푼6리 17홈런 75타점을 기록한 뒤 FA 권리를 재취득, 3년 32억원에 두산 잔류를 확정지었다. 이로써 김동주는 17년 두산맨으로 자리잡았다.
5일(한국시간) 전지훈련지인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만난 김동주는 지난 시즌에 대해 “많이 힘들었다. 나 또한 힘들었고 팀도 5위로 떨어지고 김경문 감독님도 중도사퇴하는 등 제일 힘들었던 시기다”라고 이야기했다. 특히 지난 시즌 김동주는 프로 데뷔한 이래 처음으로 2년 연속 2할 대 타율로 시즌을 마쳤다.
▲ 3루수 김동주, 100경기 이상 출장 목표
“2년 연속 2할대 타율 기록이 크게 아쉽지는 않습니다. 야구는 잘 될 때도 있고 잘 안 될 때도 있고 기복이 있게 마련이니까요. 개인적으로는 타율이 떨어지기는 했어도 제 나름대로 아직 배워야 할 것들을 느낀 한 해입니다. 스스로 연습이 부족했다고 봅니다”.
2007년부터 김동주는 매 시즌 크고 작은 부상 속에서 시즌을 치러왔다. 그러나 팀 부동의 4번 타자인 만큼 장기간 공백을 남길 수 없었던 입장에서 김동주는 현재 비시즌 체력 보강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안 아픈 게 진짜 최고다”라고 이야기한 김동주는 “올 시즌 3루수로서 100경기 이상 출장하고 싶다”라며 후배인 윤석민(27), 이원석(26)에게 쉽게 텃밭을 뺏기지 않겠다는 각오를 비췄다.
“3루 경쟁이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반드시 자리를 지켜 3루수로서 올 시즌 100경기 이상 출장 하겠습니다”. 자존심 강한 김동주는 주포이자 3루수로서 올 시즌 제 위력을 발휘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FA 계약을 통해 17년 두산맨이 된 김동주는 구단과 팬에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잊지 않았다.
“그만큼 팀에 공헌했다는 것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뿌듯하고 구단에도 고마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한결같이 응원을 보내주시는 팬들에게도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 도전하는 감독님, 재능 갖춘 후배들과 우승하고 싶다
지난 시즌 김동주는 득점권 타율 3할4푼4리로 아직 클러치 능력이 죽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김현수(24), 최준석(29)과 김동석 클린업 트리오를 구축 중인 김동주는 앞뒤로 포진한 후배들에 대해 “지난 시즌 함께 힘들었지만 충분히 젊고 경험도 많은 타자들이다. 더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기회를 맞았고 나는 그들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연결형 4번 타자로서 변신을 꾀하는 프로 15년차 베테랑 김동주는 김진욱 신임 감독을 위해서라도 후배들과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감독님께서 너무 좋으신 분이라 훈련이 힘들어도 동료들이 똘똘 뭉쳐 무언가 해보겠다는 각오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도전 정신이 대단하신 분이고 우리 선수들도 감독님과 함께 다시 우승이라는 목표에 도전하고 있어요.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한 번 큰 목표를 위해 같이 뛰겠습니다”.
3루 100경기 출장 외에 올해 김동주가 특별히 설정한 목표는 없다. 선수 생활의 후반기로 접어드는 만큼 어떤 성적을 내느냐보다 어떻게 제 임무를 수행하느냐. 그리고 그 상황에서 어떤 마음가짐을 갖느냐에 집중하고 있는 김동주다.
“개인 성적에 대한 목표는 없습니다. 솔직히 지난 14년 간 매 타석을 모두 소중하게 여기지는 않았어요. 그러나 이제는 한 타석, 한 타석을 ‘마지막이다’라는 각오로 나서겠습니다. 연습 때도 그 마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 중입니다”.
좌완 이혜천과 함께 김동주는 2001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엔트리에 포함되어 희열을 만끽했던 선수다. 우완 이재우도 당시 선수단에 속해 있었으나 당시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되어있던 선수는 김동주와 이혜천이 유이하다. 이혜천이 왼손 골절상 재활로 잔류군에 포함된 현재 전지훈련 멤버 중 김동주만이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앞으로 제가 몇 년 간 선수생활을 할 지는 모르겠어요. 그러나 우승만큼은 꼭 경험하고 싶습니다. 후배들이 우승을 맛보는 일을 도와주고 싶습니다. 충분히 우승을 할 수 있는 재능있는 선수들이니까요”.
▲ 18번 김동주, 18년 프로 생활을 해보고 싶다
어느덧 김동주도 선수 생활의 마지막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보는 나이에 접어들었다. 이야기를 마치며 김동주에게 진지하게 언젠가 찾아올 선수생활의 끝에 대해 질문했다. 그러자 김동주는 진지하고도 엄숙한 눈빛을 보여주며 프로 데뷔 시절로 기억을 되돌렸다.
“프로에 데뷔하던 당시에는 제가 마흔 살까지 선수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지 않았어요. 그 당시만 해도 그렇게 오래 활약하는 선배들이 계시지 않았고. 그러나 제가 프로에서 뛰는 동안 송진우(한화 코치) 선배님이나 이종범(KIA) 선배님 등 마흔이 넘어서도 꾸준히 프로에서 활약하는 선배님들이 계십니다. 그 분들을 보면서 자기관리를 꾸준히 한다면 선수가 충분히 마흔 넘어서도 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와 함께 김동주는 자신의 등번호인 18번을 거론했다. 대개 에이스 투수의 등번호로 익숙하고 김동주도 아마추어 시절 이 등번호를 달고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타자로 전향한 뒤에도 김동주의 등에는 18번이 새겨져있다. 두산의 18번은 오랫동안 에이스 투수가 아닌 4번 타자 김동주의 몫이었다.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이 번호를 택하면 네 사주가 좋을 것이다’라고 하셔서 그 이후로 18번을 달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이 등번호처럼 18년 간 프로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동주의 프로 18년차 시즌은 바로 2015년이다.
“제 등번호처럼 18년 간 프로 무대에서 멋지게 활약하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쿨하게’ 떠나고 싶어요. 집사람도 그런 성향인데다 그런 모습을 바라고 있고. 세월에 밀려 은퇴하는 것이 아니라 18년차 시즌까지 도전해 멋지게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18번째 시즌까지도 멋지게 소화하고 싶다는 김동주.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는 한 팀의 4번 타자 자리를 오랫동안 지켰고 또 그만큼 은퇴 시기까지 최대한 위력적인 모습으로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싶다는 자부심과 바람이 숨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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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애리조나)=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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