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브를 새로 익혔어요. 정명원 코치께서 가르쳐주셨습니다”.
지난 1988년 13승을 거둔 윤석환 전 투수코치 이후 두산 베어스는 국내 좌완 한 시즌 10승이 전무한 팀이다. 1990년 구동우 NC 투수코치, 2001년 이혜천이 9승을 따내기도 했으나 단 1승이 모자랐고 히어로즈에서 이적해 온 이현승(상무)은 부상으로 인해 2년 간 6승에 그친 채 군입대했다. 이번에는 3년차 좌완 정대현(21)이 24년 간 팀 국내 좌완이 밟지 못했던 그 고지에 도전한다.
성남고를 졸업하고 지난 2010년 두산에 3순위로 입단한 정대현은 나이 답지 않은 공격적 투구를 팀 내에서 인정받았다. 그러나 지난 2년 간 정대현은 1군 통산 19경기 1홀드 평균자책점 7.41을 기록하며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데는 실패했다. 2010시즌 중반 자신있는 투구를 보여주기도 했으나 체력 저하로 인해 구위가 급격히 저하되기도 했다.

지난해 후반기 2군 리그서 점차 상승세를 보여줬던 정대현은 시즌 후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서 선발 요원으로 나서 참가자 중 가장 많은 28⅓이닝을 소화하며 6실점 5자책으로 평균자책점 1.59로 호투했다. 지난 연말만 해도 ‘아직 더 경험을 쌓아야 할 때’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던 김진욱 감독과 정명원 투수코치의 기대치였으나 캠프서 성장세가 도드라지며 ‘선발 후보’라는 기대치가 주어지고 있다.
5일(한국시간) 전지훈련지인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만난 정대현은 지난 2년에 대한 아쉬움과 그 속에서 배운 점을 이야기했다. 2군에서도 부침이 있던 모습이었으나 지난해 후반기 좋아진 데 대해 스스로도 고무적이었던 모양이다.
“체력이 갈 수록 떨어지면서 제대로 된 구위를 보여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지난 시즌 후반기에는 투구폼이나 제 밸런스를 찾으면서 페이스가 올라갔던 것 같아요”.
대다수의 투수 유망주들처럼 정대현도 현재 제구를 낮게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정 코치로부터 사사한 커브를 제대로 손에 익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아마추어 시절에도 잘 던지지 않던 커브였으나 지금 새롭게 배워 익히고 있다는 것은 완급조절투에 스스로 적응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2년 간 발목을 잡았던 체력 부분에 대해 “딱히 문제는 없다”라고 밝힌 정대현은 제구력을 가장 우선시 했다. “그동안 높은 볼의 빈도가 많아서 애를 먹었다. 타자에게 공략당하지 않도록 높은 볼의 횟수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라고 밝힌 정대현에게 선발 후보로서 팀이 기대하는 데 대해 질문했다.
“기회가 주어질 것 같다고는 생각했어요. 과연 여기서 제가 얼마나 기회를 살리느냐가 중요하겠지요. 팀에도 현재 좌완 선발이 없는 만큼 기회를 잡게 된다면 올 시즌 로테이션을 끝까지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는 빠른 볼을 던진다거나 뛰어난 변화구를 갖춘 투수가 아니다. 다만 타자 몸쪽으로도 주눅 들지 않고 공격적으로 던질 수 있는 배짱이 두둑한 투수다. “2군에서 가르칠 때 그리 성실한 녀석은 아니었다”라며 웃음과 함께 독설을 먼저 날려준 김 감독은 “그래도 투수로서 성공할 만한 꾀를 지닌 투수”라는 말로 경쟁에서 열심히 살아남는다면 기회를 줄 생각임을 밝혔다. 과연 3년차 왼손 투수는 ‘좌완 정대현도 있다’라는 사실을 팬들에게 알릴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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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