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 “(김)상현이에게 누가 되지 않겠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2.06 09: 42

“제가 오면서 (김)상현이가 외야로 이동했습니다. 그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줘 팀에게나 상현이에게나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큰 기대를 안고 프리에이전트(FA) 이적한 명품 3루수. 그러나 그가 오면서 3년 전 최우수선수(MVP)가 좌익수 자리로 이동했다. KIA 타이거즈의 주전 3루수인 ‘꽃범호’ 이범호(31)가 2012시즌 책임감을 앞세워 맹활약을 다짐했다.
지난해 1월 소프트뱅크에서 사실상 전력 외로 분류된 뒤 원 소속팀 한화의 미온적 태도로 복귀 시점이 늦춰지다 KIA로 깜짝 이적한 이범호. 공-수를 겸비한 이범호의 가세로 KIA는 지난 시즌 개막 전 우승후보 중 한 팀으로 꼽혔다. 시즌 중반 선두권을 달리던 KIA에서 이범호는 주 포지션인 3루는 물론 유격수 자리까지 맡으며 활약했다.

그러나 그 또한 KIA 주전 선수들을 위협한 부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지난해 8월 7일 문학 SK전서 허벅지 근육 파열 부상을 입으며 전열 이탈한 것. 일본 후쿠오카에서 물리치료를 받는 등 조기 복귀를 위해 노력한 끝에 9월 재출장하기도 했으나 100%의 몸 상태가 아니었고 결국 101경기 3할2리 17홈런 77타점으로 시즌을 마쳤다. SK와의 준플레이오프서도 제 감각을 보여주지 못하며 결국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지 못한 이범호다. 
지난 4일(한국시간) KIA의 전지훈련지인 미국 애리조나 서프라이즈 캔자스시티 로열스 구장에서 만난 이범호는 지난 시즌을 되돌아보았다. 그는 아쉬움을 곱씹으며 지난 일을 훌훌 털어버리려고 노력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요. 선수는 결국 부상을 당하면 많은 것을 잃게 마련입니다. 결국 부상도 실력의 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해요. 올해는 정말 부상당하면 안 되는데”.
이범호는 지난해 해외 복귀 FA의 첫 전례를 만들었다. 야심차게 대한해협을 건넜으나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한 시즌 만에 사실상 전력 외로 분류되어 야구 인생의 위기를 맞았다. 원 소속팀 한화가 이범호의 복귀에 대해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며 복귀 계약이 수포로 돌아갔고 그 사이 KIA가 공격적으로 덤벼들어 2011년 1월 28일자로 이범호 쟁탈전의 승리자가 되었다.
국내 FA들의 우선 협상 기간 후 해외 FA가 급작스레 복귀-이적한 케이스는 처음인 만큼 보상 선수제에서도 말이 많았던 이범호의 FA 이적이었다. 결국 2010년 6월 한화에서 KIA로 이적했던 우완 안영명이 한화로 재이적, 시간차를 두고 장성호+이범호 보상금-이범호 트레이드가 된 셈이다.
“부담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출장 기회를 부여받으며 야구를 할 수 있었으면 하고 간절하게 바라왔습니다. 부상이 없다면 20홈런-70타점 이상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고”.
최근 몸 상태에 대해 묻자 이범호는 “허리 근육이 약간 뭉치기는 하는데 그래도 많이 좋아지고 있다. 되도록 시즌 때도 아프지 않으려 노력한다”라고 답했다. 코칭스태프도 이범호가 주전 3루수 및 중심타선 한 축으로 높은 공헌도를 보여줄 타자임을 알고 있기에 되도록 노력 중이고 이범호 또한 그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
올 시즌 목표치에 대해 “어떤 성적을 거두겠다기보다 최대한 찬스가 왔을 때 주자를 불러들일 수 있는 클러치 히팅으로 타점을 가능한 한 많이 기록하고 싶다”라고 답한 이범호. 특히 이범호는 1년 전 자신이 이적해 오며 텃밭이던 3루를 내주고 좌익수로 이동한 동기생 김상현(32)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이야기했다. 김상현이 한 살 많기는 하지만 군산상고 시절 1년 유급으로 프로 입문 시기는 같다.
“제가 KIA로 오기 전에도 상현이가 3루를 지키고 있었잖아요. 그러다 제가 오면서 상현이가 좌익수로 이동했고. 그만큼 공격에서도 수비에서도 더욱 잘하고자 합니다. 그것이 상현이가 좌익수로 이동한 데 대해 누를 끼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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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애리조나)=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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