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용 엉덩이 보고 컨디션 바닥"…SK '유머 재판' 대폭소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2.02.06 07: 44

SK 선수단이 고된 훈련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있다.
지난달 15일(이하 한국시간)부터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 스포츠 빌리지에서 훈련에 집중하고 있는 SK는 6일 '캥거루 코트'를 열었다. 작년 11월 마무리 캠프에 이은 두 번째. 30분 정도 펼쳐졌다.
캥거루 코트는 보통 인민재판을 가르키는 말. 일방적으로 행해지는 인민재판의 특성을 비유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선수단 자체 상벌위원회로 인식되고 있다. 선수는 물론 코칭스태프가 무기명으로 서로의 잘못된 점이나 실수를 적어 투표함에 적어넣으면 선수로 구성된 배심원이 잘잘못을 가려 벌금을 부여하는 자체 규율 법정이다.

그렇다고 진지하게 고소할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개그 프로그램인 '애정남'처럼 서로 웃고 넘길 수 있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예를 들면 'A 선수가 전날 너무 웃긴 말을 해서 다음날 훈련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벌금 10달러.' 이런 식이다.
만약 이에 이의제기를 해 인정이 되면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되지만 실패하면 2배를 내야 한다. 일종의 '유머 재판'인 셈이다. SK는 지난 마무리 훈련 때 이만수 감독의 제안 속에 처음 실시해 상당히 괜찮은 반응을 불러 일으켰다.
SK의 캥거루 코트 배심원은 이 감독이 지정한 4명. 주장, 고참, 중간급, 막내 선수로 구성되는 데 이날은 주장 박정권을 비롯해 정근우, 최윤석, 김광현이었다. 50개 정도의 고발 내용이 담긴 투표함은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선수들을 웃게 만들었다고.
그 중 몇가지를 공개하자면 이렇다.
'조인성 선수는 체중 감량을 선언했다. 그런데 방에 가보면 초코파이를 비롯해 온갖 과자들로 가득하다. 약속을 어겼다. 벌금 5달러.' 그러자 이의제기에 나선 조인성은 "먹으려고 산 것이 아니라 팬들이 보내 온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다른 선수들과 나눠 먹었다"고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이에 배심원은 과반수가 넘을 경우 인정하겠다고 말했는데 막상 손을 든 선수는 30%. 조인성은 지지 않고 "해바라기 씨도 주지 않았냐"고 외치자 선수들 대부분이 인정했다. 하지만 결론은 조인성이 2배인 10달러를 내야 했다. 배심원은 판결에서 "해바라기 씨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지은 것.
또 최정은 박정권이 자신을 괴롭힌다고 적어내 인정을 받았다. 다른 곳도 아닌 머리 위주로 때리는 바람에 뇌세포가 많이 죽는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당황한 박정권은 이의를 제기했으나 대부분의 선수들이 인정, 당초 벌금의 두 배인 20달러를 내야 했다. 이만수 감독은 '지난 마무리 캠프 때 벌금 내지 않은 것을 깜빡'했고 '선글라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60달러를 내야 했다. 이광근 수석코치는 '정진기와 김재현은 코치를 혹사시킨다. 너무 많은 배팅볼을 던지게 하는 것 같다. 벌금 5달러'라고 적어내 선수를 우회적으로 칭찬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고 걸작은 안치용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안치용 선수에게 인사를 했더니 인사 대신 갑자기 자기 엉덩이를 보여줬다. 그날 하루종일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벌금 5달러.' 그런데 안치용이 이의를 제기했는지 그리고 누가 이런 내용을 썼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확인해주지 않았다. 한편 캥거루 코트를 통해 모인 벌금은 시즌 후 불우이웃돕기에 쓸 것으로 알려졌다. SK 선수들이 낸 벌금이 좋은 일에 쓰인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은 웃음 법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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