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백차승, "대호 홈런에 내 완봉승이면 최고"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2.02.06 11: 00

"재미있다. 지난해 가을 (입단 테스트를 받기 위해) 혼자 왔었는데 그땐 모든게 어색했다. 지금은 시스템도 적응했고 (이)대호도 있으니 모든게 새롭지만 즐겁게 잘 하고 있다".
일본 무대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 백차승(32, 오릭스 투수)은 유니폼을 입고 뛸 수 있어 행복하다. 백차승은 1일부터 일본 오키나와 미야코지마 시민구장에 차려진 전훈 캠프에서 누구보다 굵은 땀방울을 쏟아내고 있다.
2009년 10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방출된 뒤 개인 훈련에 몰두했던 백차승은 "동료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리는게 그리웠다. 유니폼을 입었을때 가장 행복하다는 말을 다시 한 번 느낀다"고 선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2010년 일본 모 구단의 러브콜을 받았으나 메이저리그 무대 복귀에 대한 의지가 강했기에 조심스레 거절했었다. 원인 모를 팔꿈치 통증에 시달렸던 그는 2010년 10월 일본에서 팔꿈치에 뼛조각이 있다는 진단을 받은 뒤 10년 묵은 체증이 풀린듯한 느낌을 받았다. "무조건 미국에서 야구하고 싶은 생각 뿐이었는데 주변에서도 일본 무대 진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었고 일본에서 도움을 많이 받게 돼 생각을 바꾸게 됐다".

그에게 국적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냈다. 민감한 부분이지만 백차승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듣고 싶었다. 잠시 망설이던 백차승은 "이야기가 길텐데 괜찮겠냐"고 했다. 사연은 이렇다. 백차승은 1998년 9월 12일 아시아 청소년 대회 대만과의 준결승전에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당시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5회까지 책임지겠다고 약속한 뒤 4-3으로 앞선 5회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대표팀 감독은 그에게 1루 수비를 지시했다. 당시 그는 송구가 어려울 만큼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았다. 팔꿈치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꺼냈지만 대표팀 감독은 묵묵부답이었다.
이날 5-8로 역전패를 당하는 바람에 대회 2연패가 무산되고 말았다. 비난의 화살은 그를 향했다. 대한야구협회는 상벌위원회를 열어 대표팀 감독과 백차승을 불렀다. "솔직히 상처를 많이 받았다. 기사에는 일본에 오지도 않은 아버지를 들먹이며 던지지 마라고 했다고 나왔다. 협회에서도 상벌위원회 때 신문 기사만 믿고 추궁하듯 말했다. 고등학생이 상벌위원회가 뭔지 어떻게 알겠나. 당시 감독님도 내게 다 뒤집어 씌웠다. 혼자 야구하는 것도 아니고 아파도 참고 5회까지 던졌는데 나 때문에 팀 분위기를 망쳤다고 했을때 정말 마음이 아팠다". 협회는 영구 제명 처분을 내렸다. 더 이상 그는 국내 무대에서 뛸 수 없었다.
백차승은 시애틀 매리너스와 입단 계약을 체결한 뒤 비자를 받지 못해 예정보다 5개월 늦게 미국에 입성했다. "당시 대사관에서 받은 편지를 지금도 갖고 있다. 당시 구단에서 난리가 났다. 그러한 일들이 많은데 설명하기가 참 그렇다. 이래서 야구하겠나 싶더라. 그래서 미국에 남기로 했다". 백차승은 2004년 프로야구계를 강타했던 병역 파동 탓에 '야구판의 유승준'이라는 비난까지 받았다. 결국 그는 2005년 미국 시민권을 획득했다. 병역 의무를 회피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만약 그랬다면 차승백이 아닌 미국 이름을 선택했을 것이다. "'야구판의 유승준'이라는 기사가 나왔을때 한국에 있는 친구들이 아주 슬퍼하더라". 그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화제를 바꿨다. 겨우내 스플리터 장착에 전념했던 그는 "요긴하게 써먹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할 수 있는 백차승은 "구종이 많아도 확실히 써먹을 수 있는 변화구 2, 3가지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직구 구속도 서서히 회복 중이다. "정상 컨디션일때 95마일까지 던졌는데 그 정도만 나온다면 더 바랄게 없다. 일단 꾸준히 140km 중반 이상 나온다면 괜찮을 것 같다".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은 백차승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 그래도 백차승은 "아직 보여준게 없다.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연습 경기를 통해 눈도장을 찍는게 우선이다. 선발 투수로서 자리를 잡고 나면 팀에 도움이 되는게 목표다. 일단 캠프에서 전력을 다해야 한다".
백차승에게 올 시즌 목표를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선발진에 포함된다면 10승 이상 거둬야 팀에 보탬이 되지 않을까. 그래야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 말야. 대호가 결승 솔로 홈런을 때려 1-0으로 완봉승을 거둔다면 정말 기막힐 것 같다. 둘이 그런 이야기도 한다. 경기 후 히어로 인터뷰에 나선다면 그 기쁨은 정말... 더할 나위없이 좋을 것 같다.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그동안 숱한 상처를 받았던 그가 일본 무대에서 성공의 날갯짓을 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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