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울링'(유하 감독)에서 눈에 띄는 주인공은 단연 '개'다. '늑대개가 어쩌다 살인견이 됐나'라는 질문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내용이자, 주제다. 관객은 영화 러닝타임 내내 늑대개의 행보를 뒤쫓아간다. 늑대개는 어디서, 왜, 어떻게 저런 짓을 할까.
송강호, 이나영 주연 '하울링'이 6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베일을 벗었다. 영화 '살인의 추억' 이후 오랜만에 생활형 형사 캐릭터를 연기한 송강호, 여형사라는 새로운 옷을 입은 이나영,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 '쌍화점'의 유하 감독이 의기투합했다는 점에서 기획 단계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뚜껑을 연 '하울링'은 원작('얼어붙은 송곳니')이 있는 작품인 만큼, 스토리텔링의 탄탄함은 어느 정도 담보하고 들어갔다. 다만 영화는 주인공의 섬세한 내면묘사가 일품인 소설에 반해 사건에 좀 더 집중한 모습이다. 사람을 물어뜯어 죽이는 늑대개가 '왜' 이런 짓을 하는가란 궁금증은 영화 시작에서부터 강하게 관객들의 시선을 붙들어맨다.

늑대개는 영화에서 약자인 이나영과 깊이 공감한다. 이나영이 분한 '돌싱' 신참 형사 은영은 기 세고 텃세를 부리는 남자 형사들 틈에서 조롱받고 구박당하고 구박받기 일쑤다.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와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그는 하지만 섬세한 눈과 마음이 필요한 늑대개 사건에서 남다른 감각을 펼쳐보인다. 늑대개. 늑대도 아니고 개도 아닌 존재와 형사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여형사는 많은 부분 닮아있다.
유하 감독은 "두 주인공인 상길과 은영, 그리고 늑대개는 우리 주변을 떠도는 경계인들, 소수자들이다. 이런 소수자들에 대한 관심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었다. '하울링'은 이들의 소리 없는 울부짖음을 생각하며 만든 작품이다"라고 설명했다.
유 감독의 설명처럼 관객은 은영에게 감정이입한다. 정작 은영의 예리한 수사 감각을 따라가지 못하면서도 권위의식이 가득한 남자 형사들은 적까지는 아니더라도 은영, 그리고 늑대개를 괴롭히는 중심인들로 관객들에게 반감을 산다.
이런 은영에게 송강호가 분한 상길은 유일한 동지이자 조력자다. 영화 속 송강호는 늑대개와 이나영을 서포트한다. 사실 송강호가 영화에서 누군가를 '서포트' 한다는 것을 보는 자체가 새로운 일이다. 강동원, 신세경 등 후배 핫스타들을 영화 속에서 강하게 이끌어 준 송강호이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이나영의 한발짝 뒤에 물러나 있는 듯한 모습이다.
분절하는 시크한 말투에서 '다나까'체로 바꾼 이나영의 새로운 변신이 자연스러웠다면, 이에는 송강호의 역할이 컸다. 실적에 눈이 먼 형사로 얄미울 법도 하지만, 아내도 도망가고 자식한테는 인정 못 받고, 직장에서는 후배한테 치이는 상길은 어떤 캐릭터를 만나도 자기의 것으로 소화하는 송강호에 의해 힘을 얻는다.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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