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180이닝 이상".
지난해 투수 4관왕으로 MVP를 차지한 KIA 윤석민(26)과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25)이 약속이라도 한듯 올 시즌 달성 목표로 "180이닝 이상"이라고 한목소리 냈다. 윤석민은 "선발투수로서 180이닝을 던지고 싶다"고 말했고, 류현진은 "에이스라면 당연히 180이닝 이상은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왜 180이닝일까.
180이닝은 부상없이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하게 지켜야 가능한 수치다. 보통 선발투수가 한 시즌 최대 30경기 선발등판할 경우 평균 6이닝을 책임져야 한다. 6이닝은 에이스에게 최소한의 몫으로 통한다. 지난 30년 역대를 통틀어 시즌 180이닝은 모두 164차례가 있었는데 2000년대 이후로는 단 30차례밖에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 최다 투구이닝을 기록한 LG 벤자민 주키치도 187⅓이닝을 던졌다. 토종 투수 중에서는 롯데 장원준이 180⅔이닝으로 유일하게 턱걸이했다.
다승과 평균자책점은 팀 타선과 수비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지만 투구이닝은 투수가 해야 할 몫과 의지가 담긴 중요한 지표다. 따로 상이 주어지는 항목은 아니지만 상당수 투수들이 최대한 마운드를 오래 지키고 싶어한다. 그래서 투구이닝을 목표로 삼는 경우도 많다.
윤석민은 지난해 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승률 타이틀로 4관왕을 차지하며 MVP에 올랐지만 투구이닝은 172⅓이닝으로 공동 5위였다. 아직 한 번도 180이닝 시즌을 보낸 적이 없다. 에이스로서 최대한 많은 투구이닝을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누구보다 크다.
류현진은 데뷔 후 2년 연속 200이닝을 돌파하는 등 6년 만에 통산 1086⅓이닝을 던진 리그최고 이닝이터다. 그러나 지난해 등 견갑골 부상 탓에 데뷔 후 처음으로 규정이닝을 못 채우며 126이닝에 그쳤다. 180이닝 목표 설정은 명예회복을 하고 싶다는 마음가짐의 표현이다.
외국인 투수들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1998년 외국인선수들이 리그에 가세한 이후 14년간 8차례나 외국인 투수들이 시즌 최다 투구이닝을 차지했다. 지난해에도 주키치와 더스틴 니퍼트(두산·187이닝)이 이 부문에서 1~2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최초의 16명 전원 외국인 투수 시대를 맞이한 만큼 후보자도 훨씬 많아졌다.
지난 몇 년간 대표적인 이닝이터로 명성을 떨친 봉중근(LG)과 김광현(SK)은 부상과 재활로 올 시즌에는 경쟁에서 일찍이 떨어졌다. 지난해 나란히 170이닝 이상을 돌파한 김선우(두산)와 송승준(롯데) 그리고 짝수 해를 맞이한 장원삼(삼성)도 한 번 주목해 볼만하다. 장원삼은 데뷔 첫 해 2006년 183⅓이닝을 던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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