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들과 PS에서 호흡하고파" 심광호의 즐거운 상상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2.02.07 10: 30

6일 일본 오키나와 이시카와구장에서 만난 심광호(35, LG 포수)는 "야구를 할 수 있다는게 즐거운 일"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삼성에서 방출된 뒤 지난해 쌍둥이 유니폼을 입은 심광호는 25경기에 출장, 타율 1할1푼4리(35타수 4안타) 1타점 1득점에 불과했지만 따뜻한 리드를 통해 투수들의 호투를 이끌었다.
심광호는 지난 시즌을 돌이켜 보며 "그동안 경기를 거의 못 뛰다보니 막상 경기에 나가면 긴장되기도 했다. 나름대로 즐기려고 했지만은 팀에 도움이 돼야 하고 나이가 어리면 어린대로 많으면 많은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현역 은퇴를 심각히 고민했었다. "나 자신에게 야구를 잘 하든 못 하든 스스로 생각하게 됐다. 구단에서도 젊은 선수를 육성하길 원할 것이며 나를 필요로 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심광호는 야구와 잠시 떨어져 있기로 마음먹었다. 백두대간 가운데 휴전선 아래 최북단에 위치한 마산봉을 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등산을 비롯해 안 해본 일들을 많이 해봤다.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며 많이 배웠다. 야구를 잘 하든 못 하든 할 수 있다는게 행복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많은 사람들이 유니폼을 입은 걸 부러워한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즐기면서 야구하자고 다짐했다". 그 덕분일까. 심광호는 "이제는 야구장에 나오는게 즐겁다"고 했다.

'앉아쏴' 조인성이 SK로 이적한 뒤 LG 안방은 무주공산. 심광호 또한 주전 후보 가운데 하나. "기회라면 기회일 수도 있다. 가슴 한 켠에는 주전 포수에 대한 생각을 갖고 있다. 지금껏 그런 적이 없으니까". 그래도 심광호는 "후배 투수들에게 '우리 팀의 광호형은 든든한 포수다', '광호형 같은 포수가 있어 좋다'는 말을 듣는게 목표"라며 "포수로서 파이팅도 좋지만 투수들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 반면 타 구단에는 까다로운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고 목표를 제시했다.
심광호는 지난해 벤자민 주키치와 찰떡 궁합을 과시했다. 주키치는 "심광호는 훌륭한 포수다. 오키나와 전지훈련 때부터 호흡이 잘 맞았다. 앞으로도 나갈 때마다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에 심광호는 "포수로서 나를 믿어준다는 건 정말 최고로 기쁜 일이다. 주키치가 재계약한 뒤 어떻게 호흡을 맞춰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아무래도 작년과 같은 패턴이면 곤란하다"며 "무엇보다 포수는 투수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던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투수가 편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올 시즌에는 주키치 뿐만 아니라 작년에 나와 호흡을 맞추며 성적이 나빴던 투수들이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하는게 나의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롤모델은 김정민 배터리 코치. 천안 북일고 7년 선배이기도 하다. 심광호는 "어릴 적부터 김 코치님을 닮고 싶었다. 간혹 주변에서 김 코치님과 비슷하다고 할때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주키치 뿐만 아니라 동료 투수들과 포스트시즌에서 함께 호흡을 맞추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심광호의 즐거운 상상이 현실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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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카와=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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