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중계권, ‘아! 옛날이여’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2.02.07 14: 33

한 때는 서로들 사려고 난리도 아니었습니다. 몇십만 달러에서 시작된 가격표가 경쟁이 불붙으면서 천만달러를 훌쩍 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지금은 다시 몇십만 달러로 똥값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야말로 인생무상이요, 권불십년이라는 말이 딱 맞아떨어집니다.
미국 메이저리그 중계권의 한국내 판매권료가 이야기입니다. 1994년 미국 메이저리그에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한국인 최초로 진출하면서 한국야구 팬들에게 메이저리그 야구도 가까이 접하게 됐습니다. 특히 TV를 통해 안방에서 박찬호를 비롯한 한국인 빅리거를 포함해 메이저리거들의 화려한 야구를 보게 되면서 메이저리그의 인기는 활화산처럼 타올랐습니다.
TV 중계가 그야말로 ‘기폭제’ 노릇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그에 따라 한국내 메이저리그 중계권료도 춤을 추듯 뛰어올랐습니다. 박찬호가 LA 다저스에서 풀 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후 KBS는 1997년 연간 50만 달러의 중계권료를 메이저리그(MLB)에 내고 중계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메이저리그 중계권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1998년부터 iTV가 100만 달러, 1999년 150만 달러, 2000년 300만 달러를 지불했습니다. 2001년에는 MBC가 단독으로 뛰어들어 연간 평균 800만 달러, 4년간 3200 만 달러 규모의 장기 계약을 맺었습니다. 당시 환율인 1달러를 1000원으로 단순 환산해도 연간 80억 원 이상을 낸 것이죠.
그리고 메이저리그는 4년 계약이 끝난 다음 해인 2005년부터는 연평균 1000만 달러대에 4년간 IB스포츠와 대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환율의 변화에 따라 원화로의 환산은 4년간 최대 550억 원에 달하는 규모였습니다. 연간 100억원대의 초대형 계약이 됐습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중계권료의 고공행진은 4년 계약이 끝날 무렵부터 바닥으로 곤두박질쳤습니다. 박찬호, 김병현, 서재응, 최희섭 등 한국인 빅리거들의 활약이 미미해지고 한국으로 유턴하면서 국내에서 메이저리그의 인기가 뚝 떨어진 탓입니다. 추신수가 홀로 분전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2000년대 만큼 인기를 끌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반면 한국프로야구는 2006년, 2009년 WBC, 그리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인기가 되살아나면서 부활의 날개짓을 폈습니다.
2010년부터 메이저리그는 경인방송(OBS)를 통해서 국내팬들은 계속 보고 있지만 중계권료는 이전에 비해 대폭 떨어졌습니다. OBS는 2010년 1년 계약에 400만 달러를 지불했으나 이후에는 더 떨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지난 해에는 재작년보다 더 떨어졌고 올해는 아직 미계약이나 몇십만달러로 내려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가히 15년전 첫 중계를 시작하던 수준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소식입니다.
메이저리그 중계권료는 2001년 800만 달러가 된 후 2010년까지 한 번도 그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었음을 감안하면 대단한 추락입니다. 한 때 메이저리그측은 중계권료를 내려달라는 국내 대행사 및 방송사의 요구에 “가치가 떨어지는 일은 절대 안한다. 안팔고 말겠다”며 콧대를 세웠으나 달라진 시장 상황에는 재주가 없는 듯 합니다. 한 푼도 못 버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챙기는 것이 낫다는 생각인 듯 합니다.
반면 한국프로야구 중계권료는 치솟는 인기와 함께 덩달아 높아지고 있어 대조를 이룹니다. 메이저리그로부터 중계권료 장사법을 배워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세상은 돌고 도는 법인가 봅니다.
/청능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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