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날의 반 페르시인가, 반 페르시의 아스날인가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2.02.08 16: 05

[OSEN=이균재 인턴기자]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유리몸'으로 불리며 반쪽짜리라는 소리를 듣던 선수가 있다. 그의 이름은 다름 아닌 로빈 반 페르시(29, 아스날).
부상을 달고 살던 그가 올 시즌 '철인'으로 환골탈태했다. 정규리그에서 24경기 전 경기에 나와 22골을 넣으며 가공할 만한 득점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11년 한 해 동안 35골을 몰아 넣으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연간 최다골 부문 2위(1위는 앨런 시어러의 36골)에 올랐다. 아스날의 왕이라 불렸던 티에리 앙리(34골)를 넘어서는 대기록이다.
2012년 2월 현재 컵 대회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포함해 총 28번의 골네트를 흔든 그는 생애 첫 EPL 득점왕(22골)을 향해서도 순항 중이다. 득점 순위 2위인 뎀바 바와는 무려 6골 차이. 팀 공헌도나 활약을 봤을 때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선수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레알 마드리드)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이번 시즌을 앞둔 아스날의 미래는 암울 그 자체였다. 아스날 전력의 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전임 캡틴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바르셀로나로 이적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팀의 핵심선수였던 사미르 나스리마저 시즌 도중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했다. 우려했던 것은 곧바로 결과로 나타났다. 홈에서 리버풀에 패했고 올드 트래퍼드 원정에서는 굴욕적인 8-2 패배를 당했다. 아스날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참혹한 결과였다.
이렇게 팀이 밑바닥으로 추락할 수 있는 상황에서 팀을 구해 낸 영웅은 아스날의 '뉴 캡틴' 반 페르시였다. 그는 그라운드에서 그 어떤 선수보다 열심히 뛰어 다녔고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도 동료들을 독려하며 팀을 이끌었다. 고무적인 것은 그 흔했던 잔부상없이 시즌을 소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4일(한국시간)에는 혹사 논란에도 불구, 블랙번과의 경기서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3골 2도움을 기록했다.
하지만 반 페르시의 활약에도 지금 아스날이 처한 현실적인 위치는 '빅4'로 불리던 예전과는 다르다. 올 해 1월 리그에서 연속 3연패를 당하며 현재 리그 6위(승점 40점)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1위 맨체스터 시티(승점 57점)와 승점차는 무려 17점차. 리그우승은 고사하더라도 4위 첼시(43점), 5위 뉴캐슬(42점), 7위 리버풀(39점)과 함께 4위까지 주어지는 챔피언스리그 직행티켓을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아스날에 이제 남은 것은 FA컵 16강전과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직행 티켓 그리고 오는 16일 맞붙게 될 AC밀란과 챔피언스리그 16강전이다.
2011-2012 시즌동안 반 페르시는 그 어떤 선수도 이루어 낼 수 없는 성과를 아스날에서 만들어 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팀과 자신이 얻을 수 있는 최고의 결과로 이끌었던 그다. 이제 반 페르시가 FA컵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지 아스날에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선사할 지 그리고 AC밀란과의 16강전에서 승리를 이끌며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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