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페이스’ 진야곱, “좌완 기근 해결하고파”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2.07 17: 25

“이제는 허리가 그리 아프지 않아요. 몸의 밸런스도 많이 좋아졌고요”.
2007년 대만 아시아 청소년 선수권서 최고 154km의 직구를 던지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눈길까지 사로잡았던 왼손 투수가 있었다. 이미 서울팀에 1차 지명으로 계약을 맺은 뒤 고교생 신분으로 야구 월드컵 대표로까지 선발되었던 그는 그러나 정작 데뷔 이후 부상과 제구 난조로 인해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프로 5년차 좌완 진야곱(23. 두산 베어스)이 사고방식 자체를 바꾸고 자신감 있는 투수로 변하기 시작했다.
성남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8년 두산에 1차 지명(계약금 2억원)으로 입단한 진야곱은 입단 계약 이후 구위가 부쩍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던 바 있다. 2007년 황금사자기 부산 개성고전서 151km을 찍는 기염을 토한 진야곱은 그해 8월 대만 청소년 야구 선수권서 대표팀의 에이스 노릇을 했다.

그러나 진야곱은 데뷔 이후 예상만큼 좋은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했다. 첫 해인 2008년 44경기 2승 1홀드 평균자책점 4.45로 경험을 쌓았다는 데 만족했던 진야곱은 2009시즌 초반 좌완 선발로 기대를 모으며 7경기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2.03을 기록했다. 그러나 비로소 호투를 보여주려던 순간 허리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2010년 KIA와의 개막전 이후 진야곱은 1군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지난해 2군에서만 출장해 15경기 1승 2패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4.96을 기록한 진야곱. 팀에서는 고질적인 허리 부상에 발목 잡혔던 진야곱에게 현역 군입대를 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기대를 버리려던 순간 구위가 살아나며 미야자키 교육리그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골머리를 앓게했던 허리 또한 통증이 사라졌다.
현재 진야곱은 서동환, 김강률 등과 함께 두산 투수들 중 가장 페이스가 좋은 축에 속한다. 그러나 김진욱 감독은 “야곱이의 페이스가 좋은 편이지만 현재 내 기대치는 0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정말 기대를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매번 좋아지려는 순간 부상에 허덕였던 제자가 안타까웠기 때문에 일부러 투수를 냉정하게 키우려는 전략이다.
“지난해부터 허리는 아프지 않았어요. 몸의 밸런스도 좋아진 것 같아 기대가 많이 되네요. 불펜피칭에서는 제 힘에 70~80% 정도를 쓰고 있는데 더 지켜봐야 합니다. 전력 투구 시 밸런스가 흐트러지면 안 되니까요. 그래서 일부러 불펜 피칭 막판 10구 정도는 주자 3루 상황으로 가정하고 100%의 힘을 내뿜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밸런스가 무너지면 안 됩니다”.
구단에서 지난해 진야곱에게 상무나 경찰청 입대가 아닌 현역 복무를 제안했던 것은 몸의 밸런스를 해치는 나쁜 버릇을 완전히 없애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는 모험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진야곱의 허리는 지난해부터 서서히 나아졌고 ‘진야곱 현역 입대’ 가능성은 현재로서 0이다.
“올 시즌이 제게는 정말 절박해요. 지난 시즌 2군에서도 자주 나가지 못해서 아프다는 이야기가 떠돌고 제 스스로도 스트레스가 심했으니까요. 그래도 최근에는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자 노력 중입니다”.
진야곱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수줍은 기색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순진하다는 뜻도 있으나 마운드에서 파이터 기질을 보여줘야 하는 투수 입장에서는 그리 좋은 성격이라고 보기 어렵다. 김진욱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진야곱을 조금 더 활달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다.
“감독님께서 2군 투수코치 시절부터 많이 돌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정명원 코치님과 권명철 코치님도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시고 다른 코치님들께서도 쉬는 시간에 제게 노래나 춤을 시키시기도 하세요. 쑥스럽기는 해도 저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계시다는 증거인 것 같아서 기분이 좋습니다”.
‘1군에 오래 붙어있는 것이 목표’라는 틀에 박힌 이야기도 없었다. 올 시즌에 대해 묻자 진야곱은 굉장히 과감한 목표를 이야기하며 팬들의 불안감을 없애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수년 간 우여곡절을 겪었던 1차지명 유망주는 어느새 자신감까지 탑재했다.
“팬들이나 주변에서 ‘두산은 왼손 투수가 약하다’라는 말씀들을 하시잖아요. 어떻게 보면 제게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입니다. 저는 두산의 왼손 투수니까요. 그만큼 그 이야기가 이제는 동기부여가 되고 있어요. 올 시즌에는 정말 좋은 활약을 펼쳐서 ‘두산 좌완 기근 현상을 진야곱이 해결했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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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리아(애리조나)=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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