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원준 "군 제대후 국내 최고좌완 목표"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2.08 08: 56

"투수라면 당연히 최고가 되고싶은 목표가 있다. 2년이라는 시간은 내겐 차근차근 약점을 보완할 시간이다. 류현진-김광현을 뛰어넘는 국내 최고의 좌완이 되고 싶다".
많은 이들이 장원준(27)의 경찰청 입대를 아쉬워한다. 이제껏 장원준 만큼 1군에서 성적을 거뒀던 투수가 군입대를 했던 선례가 없었다. 류현진, 김광현, 장원삼, 양현종, 권혁 등 수 많은 좌완 투수들이 병역 혜택을 입어 프로 무대에서 활약을 펼쳤기에 아쉬움은 더욱 진하다.
그럴 만도 하다. 장원준은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 6년 연속 세 자릿수 탈삼진·140이닝 이상 소화 등 선수생활 전성기를 보내고 있었다. 거기에 지난 시즌 29경기에 출전, 180⅔이닝 15승 6패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하며 데뷔 후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이제 롯데 에이스로 확고히 자리를 굳히나 싶었지만 군 입대를 해야 했다.

그렇지만 장원준은 경찰청 입대를 재도약의 기회로 생각하고 있었다. "1군에서는 약점을 차분히 보완할 시간이 모자랐다. 좋게 생각하면 2년이라는 시간이 내게 생긴 것 아닌가"라며 벌써부터 2014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지난해 12월 28일 팀 동료 장성우와 함께 논산훈련소에 입소했던 장원준은 4주간의 군사훈련과 1주의 경찰학교 훈련을 마치고 2일 고양시에 위치한 벽제 경찰야구단에 합류했다. 2004년 데뷔 후 쉬지 않고 달려온 장원준은 몇 년 만에 운동을 쉬고 군인이 되기 위한 기초과정을 이수했다. "사실 몸은 여기저기 안 좋은 편이고 특히 고질병이었던 허리가 안 좋다"고 말한 장원준은 "훈련소에서도 조교들에게 이야기를 해서 행군할 때 단독군장으로 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포스트시즌이 끝난 뒤 이제 3개월이 좀 넘었다. 장원준은 "플레이오프 끝난 뒤 운동을 쉬었다가 이제 다시 팀 훈련에 따라가려니 몸이 조금 힘들긴 하다. 그렇지만 코치님께서 그런 사정을 이해 해주셔서 몸을 추스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제 경찰청 소속이 된 장원준이지만 한 가닥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라고 운을 뗀 장원준은 "1년만 더 하면 FA인데 입대한 것이 못내 걸린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장원준은 "작년 좋은 성적을 거뒀던 건 군대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을 비운 덕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고백했다.
사실 많은 수준급 선수들이 병역 혜택을 입었다. 2006년 1회 WBC,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 여러 차례 기회가 있었다. 그 기회를 통해 같은 좌완인 류현진, 김광현, 장원삼, 양현종, 권혁 등의 선수가 군 복무라는 짐을 덜고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장원준은 "그냥 처음부터 후보 명단에 없었다면 마음을 비웠을 텐데 꼭 최종까지 명단에 올랐다가 떨어져서 더 실망이 컸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장원준은 "모두 내가 모자라서 선발되지 못한 것"이라면서 "꾸준히 10승을 했어도 방어율이 높았던 점이 어필을 못 했던 것 같다. (양)현종이 같은 경우는 2점대 방어율도 기록하는 등 강한 인상을 줘서 선발 됐는데 그런 부분에서 코치님들께 믿음을 주지 못한 게 아닐까 생각 한다"고 밝혔다.
 
▲ "경찰청 2년, 약점 보완으로 좌완 가운데 최고가 되고 싶다"
롯데는 올 시즌을 앞두고 에이스 장원준이 빠진 자리를 채우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팀의 에이스였기에 장원준의 몸은 경찰청에 있지만 롯데에 대한 관심은 여전했다. 자신의 공백을 채워 줄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그는 "새로 좌완 용병을 데려왔다고 들었다. (송)승준이 형은 워낙 잘 하시니 믿는다. 올해는 (이)재곤이가 내 몫까지 해 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올해 장원준은 한국 나이로 28살, 군복무를 마치면 30살이 된다. 선수생활의 최전성기를 퓨처스리그에서 보내는 각오는 어떨까. "2군 경기라고 해서 결코 쉽게 생각하지 않는다. 보직은 감독님께서 정해 주시겠지만 정신이 나태해지지 않고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장원준이 보완하고자 하는 건 바깥쪽 제구다. "2년 동안 바깥쪽 제구 하나만 잡고 간다는 각오다. 몸쪽 공은 마음먹은 대로 잘 들어갔는데 바깥쪽이 좀 약했다. 제구가 잘 안 돼 볼 개수도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경기 운영도 힘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야구계 통설 가운데 '좌완이 바깥쪽만 잘 던져도 1년에 4~5승은 더 한다'라는 말이 있다. 좌완투수가 우타자를 상대할 때는 몸쪽 깊숙하게 찌르는 공이 필수. 좌투수는 아무래도 우타자와 상대할 때 불리한 점이 있기에 몸쪽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 우타자를 최대한 홈 플레이트로부터 떨어뜨린 후 바깥쪽으로 흘러 나가는 백도어 슬라이더나 체인지업 등으로 공략하는 게 효과적이다.
만약 장원준이 바깥쪽 공을 위력적으로 가다듬고 온다면 국내 최고의 좌완인 류현진-김광현에 손색없는 투수가 될 수 있다. 장원준은 "작년 좌완투수들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투수라면 누구나 최고가 되고 싶은 것 아닌가"라고 되묻더니 "제대하면 좌완투수 가운데 최고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숨기지 않았다.
무엇보다 장원준에게 중요한 것은 앞으로 경찰청 투수로 활동할 2년이다. "내가 퓨처스리그에 있는 동안 경찰청이 계속 우승을 차지하도록 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특히 상무는 무조건 이기겠다". 2004년 데뷔 이후 장원준은 쉼 없이 던지고 또 던졌다. 그 기간 동안 롯데 투수들 가운데 가장 많이 던진 투수가 바로 장원준이다. 경찰청 2년은 장원준에게 전반전이 끝난 뒤 얻은 하프타임이 될 수 있다. 2년 뒤 또 달라질 장원준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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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제=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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