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방도 마다했다. 후배들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바로 K리그 최선참 김병지(42) 이야기다.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경남은 체코 1부리그 2위를 달리고 있는 슬로반 리베렉과 연습 경기를 펼쳤다. 슬로반 리베렉은 현 체코 국가대표 2명과 세르비아-크로아티아의 청소년 대표팀 선수가 포함된 강팀.
전반 2골을 내주며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내 정상적인 플레이를 펼치면서 조르단이 PK로 한 골을 만회했다. 이후 한 골을 더 내주며 1-3으로 패하기는 했지만 시즌을 시작하기 전 펼친 훈련의 과정에 있는 상태라는 점에서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또 슬로반 리베렉이 현재 리그를 치르고 있는 팀인 점을 감안하면 경남의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이날 경기를 마치고 숙소인 팜 비치 호텔로 돌아온 김병지는 애써 변명을 내놓았다. 전지훈련 중반 팀에 합류한 취재진에게 "그동안 잘했는데 오늘 애들의 몸 상태가 굉장히 무겁네요.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더 잘 할 수 있습니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선수단에 큰 변화를 준 경남은 이날 경기서 체코 1부리그 2위 팀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다만 경기 감각에서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선수들 모두 열심히 뛰면서 차이를 좁히고자 노력했다.
이날 김병지는 전날 호텔 바로 앞에 위치한 해변에서 체력훈련을 치른 탓에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었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후배들이 뛰는 모습을 벤치에서 지켜봤다.
경남 최진한 감독은 "만약 (김)병지가 있었다면 경기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전반에 내준 2골이 모두 세트피스서 나왔기 때문에 골키퍼가 제대로 수비진을 다독였다면 분명 막아낼 수 있었던 상황. 그랬기에 아쉬울 수밖에 없다.
올 시즌도 젊은 선수들로 팀을 이끌어갈 경남에서 김병지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막내 선수들에게는 나이상 큰삼촌 뻘이라 영향력도 크다. 그러나 권위 의식은 없다. 식사자리서도 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줄도 새치기 하지 않는다. 그렇게 철저하게 후배들을 위해 자신의 경험을 풀고 있다.
후배들도 김병지의 경험과 조언을 빠짐없이 새기고 있다. 젊고 새로운 선수들이 많아진 만큼 김병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게 됐다. 경기 안팎으로 그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선수들이 직접 확인하기 때문이다. 고참이라면 으레 독방을 쓸 수 있지만 그는 후배와 함께 했다. 그만큼 노하우를 가진 김병지가 경남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때보다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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