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버전 그대로 통해요."
가수 수출 넘어 프로듀싱의 수출.. 이수만 회장 CT론 현실화 초석
미국 지상파 메인토크쇼에 이어 프랑스 최고 인기 토크쇼에도 출연하는 등 전세계 TV를 무대로 맹활약 중인 소녀시대가 세계화, 현지화 대신 한국 버전의 오리지널을 그대로 고수해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CBS 간판 토크쇼 '데이비드 레터맨 쇼'와 ABC '라이브 위드 켈리'에 연달아 출연, 영어버전 '더 보이즈'를 선보인 소녀시대는 오는 10일 방송되는 프랑스 내 최고의 TV토크쇼 '르 그랑 주르날(Le Grand Journal)'에서도 '더 보이즈'의 라이브 무대를 가질 예정.
눈에 띄는 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소녀시대가 지난해 한국 오리지널 무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세계를 공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 세계 진출 가수들이 현지 스태프와 손잡고 신곡을 다시 녹음, 처음부터 끝까지 미국 스타일로 중무장했던 것과 매우 다른 양상.
일본에서 'Gee', '소원을 말해봐' 등 한국 히트곡들이 안무와 의상 그대로 히트해 놀라움을 자아낸지 1년이 겨우 넘은 상태에서, 벌써 세계 무대에서 역시 한국 오리지널리티의 힘이 통할 것이라고 계산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국내 소속사 SM만의 판단이 아니라, SM과 손잡은 현지 대형 기획사 역시 뜻을 같이 한 대목.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데이비드 레터맨쇼' 등에 출연한 소녀시대는 가사만 영어로 바꿨을 뿐, 지난해 한국에서 활동한 '더 보이즈'의 의상, 안무, 콘셉트를 그대로 가져갔다. '데이비드 레터맨쇼'는 밴드 중심의 무대라 편곡이 다소 달라졌지만, '라이브 위드 켈리' 무대는 한국에서의 공연과 거의 100% 일치했다. 이번 프랑스 TV의 무대 역시 크게 다르진 않을 전망. 그야말로 한국 무대가 오리지널 그대로 세계 무대에 뻗어나간 셈이다. 이는 단순한 가수의 수출이 아닌 프로듀싱의 수출로 풀이될 수 있다.
소녀시대의 무대에는 세계적인 작곡가 테디 라일리 등 해외 인력이 투입됐지만, 전체 무대를 구성하고 전략을 짜는 프로듀싱은 SM의 '문화기술(CT)'이다. SM 이수만 회장이 컬쳐 테크놀로지라고 명명하고 향후 한류의 핵심으로 내다본 CT는 음악 뿐만 아니라, 뮤직비디오, 안무, 스타일링, 콘셉트, 연습생 트레이닝 방법 등 가수와 관련된 기획사의 총체적 전략과 기술을 뜻하는 용어.
국내 CT가 그대로 해외 시장에 통하므로, 이전의 '한류 개척' 시대의 필수 코스였던 해외 장기 체류와 현지화에 따른 음악 스타일 변화가 더 이상 불필요하게 된 셈. 만약 소녀시대가 한국 버전 그대로 세계 무대에 통한다면, 이수만 회장이 CT 진출의 마무리 단계로 본 '현지회사와 합작 회사를 만들어 CT를 전수하고 부가가치를 나누는' 단계도 빨리 현실화될 수 있다.
앞서 이수만 회장은 지난해 프랑스 파리 메리어트 리브 고쉬 호텔에서 열린 '2011 SM타운 인 파리 라이터스&퍼블리셔스 콘퍼런스'에서 "이제 IT가 아닌 CT의 시대가 올 것"이라면서 "SM은 음악을 단순한 감이 아니라 체계화된 CT로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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