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웅천 코치, 임경완에게 1억 요구한 사연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2.02.09 08: 14

"내가 있었으면 니가 올 수 있었을까?"
조웅천(41) SK 투수코치가 FA 이적생 임경완(37)에게 던진 말이 재미있다.
8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플로리다 베로비치 스포츠 빌리지. SK 선수단은 홀먼 스타디움에서 야간 시뮬레이션 게임을 치렀다. 각종 수비 포메이션을 실전 경기처럼 다양하게 소화한 SK였다.

그러나 이날 게임의 초점은 역시 투수들에게 맞춰져 있었다.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던 조웅천 코치는 이날 세 번째 등판이 예정돼 있던 임경완을 보자마자 한마디를 날렸다.
조 코치는 "내가 있었다면 경완이가 SK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겠나"면서 "내게 적어도 1억원은 줘야 하는 게 맞지 않나"고 농담을 걸었다. 여전히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었다면 같은 유형의 임경완을 영입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뜻이었다.
임경완은 지난 시즌 후 3년간 총액 11억원에 FA 계약을 맺고 롯데에서 이적해 SK 유니폼을 입었다. 같은 사이드암 투수라는 점을 이용해 첫 실전 마운드의 긴장감을 풀어주려는 조 코치의 의도였다.
이어 조 코치는 "지금 던져도 130km는 던질 수 있다. 배팅볼을 던져도 어깨가 아프지 않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러자 곧 특유의 천사 미소를 지어보인 임경완이 "맞다. 만약 조 코치님이 계셨다면 당연히 SK에 내가 올 일 없었을 것"이라며 "제발 복귀는 하지 말아 달라"고 예의를 갖췄다.
주위에서 '은퇴한 것에 미련이 남는 것이냐'는 질문에 당황한 것은 오히려 조 코치였다. "절대로 아니다. 나는 한 번 결정한 것에 후회하는 편이 아니다"는 조 코치는 "그냥 농담을 한 것인데 그렇게 신중하게 받아들이면 어떡하나"라면서 "벌써 코치 2년차 아닌가. 많은 것을 배우고 있어 만족스럽다"고 웃어 보였다.
조웅천 코치는 2009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은퇴했다. 처음으로 통증을 느꼈던 어깨 재활이 뜻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지도자의 길을 선택했다. 레전드 투수 중 사이드암으로는 최고의 성적을 낸 조 코치다. 20년 동안 프로통산 813경기에 나와 64승54패 98세이브 89홀드를 기록했다. 13년 연속 50경기에 출장했고 투수 최다 출장 기록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SK에는 사이드암 투수가 특히 많은 편이다. 선발 후보 박종훈을 비롯해 이영욱, 신승현, 임치영, 최원재 등이 있어 조 코치의 지도력이 더욱 필요하다. 조 코치는 평소 현역 시절 못지 않은 볼을 던질 만큼 꾸준한 몸을 유지하고 있다.
임경완은 "조웅천 코치님이 계셔서 SK가 더 편안하다. 최근에는 서클 체인지업 그립을 바꿔 보라는 조언을 받아서 훈련을 하고 있다"면서 "조 코치님도 부상 없이 현역 시절을 보낸 만큼 나와 비슷하다. 나 역시 그렇게 오래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letmeout@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