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프랜차이즈 계투’ 정재훈, “롱런하는 투수 되겠다”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2.09 07: 34

“이제 저도 10년 차입니다. 앞으로 승리와 홀드를 더 많이 쌓는 것이 팀에도 제게도 많은 득이 되겠지요”.
한국 야구에서 선발-마무리가 아닌 전문 중간 계투 요원으로 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스포트라이트를 다른 보직에 비해 자주 받지 못하며 위급 상황이 되면 즉각 불펜대기한다. 마운드에 오르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출장이 불발되면 벤치에 앉아 달궈놓았던 어깨를 다시 식혀야 한다. 롱릴리프-셋업맨 보직의 투수들이 겪는 고충은 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상상 이상이다.
중간 계투 요원은 비시즌 시상식에서도 홀드 타이틀을 따냈을 때나 많은 주목을 받을 뿐이다. 그 중간 계투 요원 신분으로 프리에이전트(FA) 사상 최대 계약을 맺은 ‘메시아 정’ 정재훈(32. 두산 베어스)이 팀과 자신의 성적이 동반 상승하는 값진 2012시즌이 되길 바랐다.

2003년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두산에 2차 5순위(1999년 지명)로 입단한 정재훈은 두산에서만 9시즌을 뛰며 통산 386경기 29승 32패 121세이브 39홀드 평균자책점 2.82를 기록했다. 2005년부터 2008시즌 중반까지 기교파 마무리로 활약한 정재훈의 121세이브는 역대 9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지난해 어깨 부상을 입기는 했으나 악전고투하며 2승 6패 8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2.87의 성적을 올린 정재훈. 구단은 지난 시즌 후 FA 자격을 얻은 정재훈에 대해 야구 내외적으로 후배들에게 배울 점이 많은 선배라는 점을 감안해 4년 28억원의 계약을 제시했고 정재훈은 별다른 진통 없이 도장을 찍었다.
전지훈련지인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만난 정재훈은 현재 재활조에 편성되어 있다. 아직도 어깨 상태가 안 좋다기보다는 부상이 있던 만큼 확실하게 보강하는 몸 만들기에 집중했다가 일본 가고시마 2차 전지훈련서 서서히 불펜 피칭에 돌입하고 실전을 준비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보강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지난해 던지다가 탈이 났으나 재발 없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보강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경기 감각을 찾는 데는 의외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요. 김지훈 트레이너의 도움 아래 순조롭게 몸을 만들고 있습니다. 일본 가서는 제대로 공을 던져야지요”.
2010년 정재훈은 63경기 8승 4패 2세이브 23홀드(1위) 평균자책점 1.73로 8개 구단 최고의 셋업맨으로 활약했고 때마침 대졸 선수 특혜 조항을 받아 FA 자격 취득이 1년 앞당겨졌다. 그러나 지난 시즌 초반부터 팀이 계투 약화로 허덕이면서 5회 이전에도 등판하고 1경기에 4이닝을 소화하는 등 롱릴리프에 마무리까지 두루 거치다 어깨 회전근 통증을 겪었다. 자칫 ‘시집가는 날 등창나는’ 상황이 벌어질 뻔 했다.
“팀 상황이 어려웠잖아요. 저도 지난해 ‘바짝 잘해서 FA 대박을 맞자’라는 생각도 아니었고. 팀이 이겨야 했던 만큼 제가 많이 나갈 수 밖에 없던 한 해였어요. 그에 맞춰서 제가 미리 몸을 만들어놨어야 했는데. 제 책임이지요. 이제는 재발 없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우선입니다”.
김진욱 감독은 정재훈의 FA 계약 이후로도 ‘무리하게 페이스를 끌어올리게 하지 않겠다’라는 방침을 정해놓았다. 함께 셋업맨 보직을 맡을 노경은, 김강률 등의 성장세가 좋은 이유도 있으나 어쨌든 정재훈은 팀에 없어서는 안 될 필승 계투 요원이다. 당장 이기고 싶다고 끌어다 쓰기보다 자기 공을 던질 수 있는 환경을 제대로 조성해주기 위해서다.
“네 페이스대로 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제가 완벽한 몸 상태로 1군 훈련에 참여해야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급하지 않게 차근차근 하려고 해요. 물론 가끔씩 마음이 앞서려고도 합니다. 사람 마음이 그렇게 말처럼 쉽게 되는 것은 아니잖아요”.(웃음)
2010년부터 정재훈은 특별히 개인 성적을 설정하고 있지 않다. 대신 그는 자신이 어느덧 10년차이자 통산 100세이브 이상을 올린 베테랑 투수가 된 만큼 보다 오랫동안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바람을 이야기했다.
“매년 오랫동안 꾸준한 모습을 보이다보면 기록은 자연스럽게 쌓이게 마련입니다. 올해도 아프지 않고 롱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10년차가 된 데다 통산 100세이브 이상도 올렸고. 앞으로는 더 많은 승리와 홀드를 적립하고 싶습니다. 더 많이 하면 할수록 저도 좋고 팀도 좋은 일이니까”.(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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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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