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FC가 2012년 시즌 배번을 확정지었다.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배번 배정과 관련된 숨은 이야기가 많아 시즌을 지켜보는 즐거움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GK-백민철 5년간 사용했던 21번 복귀
가장 먼저 골키퍼진을 보면 백민철의 21번 복귀가 눈에 뛴다. 백민철은 2006년 대구에 입단한 이래 줄곧 21번을 달아왔다. 21번을 달면서 백민철은 신들린 선방으로 팬들에게 '민철신'이라 불리는 등 부동의 주전 자리를 꿰찼고, 2010년 시즌까지 총 145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그러나 등번호를 1번으로 바꾼 지난해는 장기 부상으로 무서운 성장으로 10경기 출전에 머물렀다. 그런 만큼 본래의 등번호를 되찾게 된 백민철은 다시 한 번 21번의 기운을 받아 화려한 비상을 꿈꾼다는 각오다.

백민철과 함께 골문을 지키는 박준혁은 지난해 대구 입단당시 41번을 배정받았지만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며 총 21경기에 나서는 등 활약을 선보여 1번을 배정받았다. 등번호 1번은 조준호 대구FC 코치가 현역시절 달았던 등번호이다. 이 밖에 이양종은 31번, 신인 이윤규는 23번을 배정받았다.
▲DF-등번호 사수에도 탁월한 능력(?)을 지닌 그들
본진을 지키는 최후방 전선의 용사들은 자신의 등번호 지키기에도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 기존 소속 선수인 유경렬(5번), 강용(3번), 김기희(4번), 이지남(17번), 이준희(30번), 안재훈(55번)이 나란히 기존의 배번을 받았다. 특히 '원년 멤버' 박종진은 올해도 어김없이 창단 때부터 줄곧 지켜온 자신의 등번호 24번을 배정받았다.
박종진이 24번을 놓친 건 상무에서 군복무 중이던 08~09년이 유일하다. 이 기간 동안은 박정식이 박종진의 24번을 물려받아 주전 수비수로 맹활약했었다. 한편, 신인선수 조영훈은 2번을 배정받았다. 이 번호는 대구FC U-15팀(율원중) 백영철 감독이 대구에서 현역으로 활약하던 시절 달았던 번호이며 전통적으로 측면 수비수들이 배정받았었다. 이밖에 부산에서 새롭게 팀에 합류한 김기수는 32번을 받았다.
▲MF-'마에스트로' 지넬손, 등번호 10번의 저주깰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소속의 아스날이 등번호 9번의 저주를 가지고 있다면 대구는 10번의 저주(?)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대구의 10번은 전통적으로 외국인선수들의 몫이었다. 그러나 대부분 기대치에 못 미쳤다. 국내선수는 그동안 2003년 홍순학(수원) 2005년 김근철(전남), 2007년 장남석, 2008년 이근호(울산)가 10번을 달았다. 이중 10번을 달고 유일하게 성공한 케이스는 이근호 뿐이다.
다른 선수들은 모두 10번을 단 그해 슬럼프나 부상 등의 이유로 부진하거나 백업 멤버에 머물렀다. 이런 점에서 지넬손이 이번 시즌 '10번의 저주'를 깨고 팀의 목표 달성에 공헌할 수 있을지 그 유추가 주목된다. 지넬손과 함께 팀에 합류한 윙어 레안드리뉴는 7번을 받았다. 한편, 송한복(6번), 최호정(15번), 송창호(16번), 김대열(22번) 등 기존 선수들은 종전 자신의 등번호를 그대로 이어받는다.
▲FW - 검증된 등번호 11번과 도전자의 등번호 19번
공격진에서는 황일수와 이진호의 등번호가 눈에 뛴다. 올해로 프로 3년차를 맞이하는 황일수는 데뷔 때부터 지켜온 11번을 어김없이 이어받는다. 대구에서 11번은 전통적으로 팀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선수들의 몫이었다. 대표적으로 훼이종(2004년), 산드로(2005년), 루이지뉴(2007년), 에닝요(2008년) 등이 있으며 황일수 역시 주전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검증된 에이스의 번호 11번을 받은 황일수는 그 기운을 이어받아 올해도 절정의 활약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 이번시즌 새롭게 팀에 합류한 이진호는 도전자의 등번호 19번을 받았다. 그동안 19번은 치열한 주전경쟁을 앞둔 선수들에게 부여되는 전통이 있었다. 19번을 달고 성공한 대표적 사례는 송제헌이다. 2012년 처음 대구에 입단할 당시 19번을 받은 송제헌은 서서히 출전시간을 늘리면서 입지를 다졌고 다음해인 2011년부터는 주전공격수로 활약하며 팀내 최다 득점을 기록한 바 있다. 이런 점에서 대구에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이진호가 19번을 달고 성공적인 한해를 보낼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관심거리가 될 전망이다. 이밖에 김민구(27번), 송제헌(33번) 등 기존선수들은 작년 등번호를 그대로 배정받았다.
▲팬들에게 배정된 특별한 등번호 '12번'
한편 대구는 12번을 대구FC 팬들에게 특별 배정했다. 이는 항상 대구FC를 사랑하고 응원해주는 모든 팬들을 위해서이며, 올 한 해도 12번째 선수로 그라운드에서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고 성원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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