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에는 메이저리그붐이 일었다. 코리안특급 박찬호를 필두로 김병현, 서재응, 최희섭 등의 빅리거 1세대는 팀의 주축선수 혹은 유망주로 활약했다. 오전 시간 브라운관은 태평양 넘어 녹색그라운드를 비췄고 야구팬들의 시선은 세계최고 무대에서 뛰는 한국선수들에게 고정됐다.
특히 박찬호와 김병현은 메이저리그 올스타의 영광까지 안으며 스타플레이어가 됐다. 박찬호는 2010시즌, 김병현은 2007시즌을 끝으로 빅리그 마운드를 떠났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드디어 한국무대로 돌아왔다. 한국프로야구에서 펼칠 이들의 리턴매치에 앞서, 박찬호와 김병현의 메이저리그 명승부를 돌아본다.
2001시즌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중심에는 LA 다저스의 박찬호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마무리 김병현이 자리했다. 다저스의 에이스 박찬호는 15승11패 평균자책점 3.50를 기록했다. 탈삼진 218개, 234이닝을 소화하며 역대 최고의 원투펀치 랜디 존슨, 커트 실링에 이은 리그 3위를 마크했고 35경기에 선발등판해 선발투수로서 리그 최다 출장 횟수를 올렸다. 김병현의 등장은 충격이었다. 시즌 중반 마무리 매트 멘타이의 공백을 메우게 된 김병현은 19세이브 평균자책점 2.94로 깜짝 활약했다. 98이닝을 던져 113개의 탈삼진을 올린 특급 클로저가 됐다. 당시 김병현은 겨우 만 22살이었다. 박찬호와 김병현의 활약 속에 다저스와 애리조나는 시즌 후반까지 디비전 우승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다.

둘은 2001년 6월 21일 다저스스타디움에서 처음으로 맞붙었다. 이날 경기에서 박찬호는 선발로 등판해 7이닝 3실점 7탈삼진, 김병현은 7회에 마운드에 올라 1⅓이닝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박찬호는 애리조나에 4회 3점을 내주면서 패전위기에 놓였지만, 경기 후반 다저스 타선이 김병현을 제외한 애리조나 불펜진을 공략해 패전을 모면했다. 결국 다저스는 9회말 3-3 만루에서 에릭 캐로스의 끝내기 몸에 맞는 볼로 4-3 역전승을 거뒀다.
3달 후 9월 21일 같은 장소에서 벌어진 두 번째 대결은 연장혈투였다. 박찬호는 7이닝 무실점 7탈삼진으로 호투하고 다저스가 2-0으로 리드한 상태에서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러나 다저스 불펜이 8회 2점을 내주며 박찬호의 승은 날아갔다. 양 팀이 2-2로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김병현은 9회에 등판, 10회까지 2이닝동안 안타 단 하나만을 허용하며 애리조나의 뒷문을 지켰다. 김병현의 무실점 피칭에도 애리조나 타선이 침묵해 경기는 13회까지 이어졌고 이번에도 다저스가 숀 그린의 끝내기 홈런으로 극적으로 승리했다. 이날 경기를 잡은 다저스는 1위 애리조나를 3경기차까지 추격했지만 끝내 내셔널리그 3위로 시즌을 마감한다. 반면 애리조나는 디비전 우승에 이어 월드시리즈까지 제패했다.
2001시즌이 끝난 후 박찬호는 텍사스와 5년 6500만 달러 거대계약을 체결해 아메리칸리그로 떠났다. 김병현은 2002시즌 36세이브로 특급 마무리 반열에 올랐지만 2003시즌 중 보스턴으로 트레이드되면서 2004시즌부터 선발투수로 전환했다. 둘의 인연은 2006 WBC 이후 끊어졌지만 미국에서 한국으로 무대를 옮겨 맞대결을 앞두고 있다. 박찬호와 김병현이 전지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친다면, 둘은 한화와 넥센이 청주에서 만나는 4월 27일부터의 3연전에서 약 11년 만에 재대결을 벌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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