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삼성 라이온즈의 전훈 캠프가 차려진 오키나와 온나 아카마구장. 류중일 삼성 감독이 모처럼 펑고 배트를 잡았다. 수비 코치 시절부터 공포의 펑고 훈련으로 악명(?)이 높은 류 감독의 등장에 내야진은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 뛰었던 선수들도 류 감독의 펑고 훈련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일본 무대에 진출한 이대호(30, 오릭스)는 "류 감독님께서 대표팀 때 펑고를 치셨는데 그 템포가 상당히 빨랐다. 감독님은 보통이라고 하셨지만 나는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고 푸념을 늘어 놓기도 했다. 기자 또한 류 코치의 1대1 수비 훈련에 울상을 짓는 선수들을 수 차례 목격했었다.
선수들의 볼멘 소리(?)는 끊이지 않았다. 김상수는 "감독님의 펑고 템포는 정말 살벌하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류 감독은 "너희들 괌에서 다 놀았네. 나랑 한 번 붙을까. 1대1 다 덤벼보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자 채태인은 "감독님, 경북고 동문회 한 번 하시죠"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경북고 동문인 류 감독을 비롯해 1루수 이승엽과 유격수 김상수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역시 여기 날씨가 좋아. 괌에서 펑고 이렇게 치면 지치는데 말야". 류 감독은 오키나와의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괌 1차 전훈 캠프에서도 분위기를 한 번 잡기 위해 펑고 배트를 쥐었던 류 감독은 "제대로 안 하면 다 죽음"이라고 허허 웃었다.
류 감독은 "강팀이 되기 위해 탄탄한 수비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수비가 안되면 절대 이길 수 없다. 수비가 첫 번째"라고 철벽 수비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내가 펑고 배트를 잡는다고) 선수들이 긴장 안 해. 그냥 나랑 놀아". 류 감독은 껄껄 웃었다. 오랜만에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게 돼 마냥 기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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